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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지하철1호선 인천터미널 남자 화장실 기저귀 교환대. 별도의 공간없이 벽면에 부착돼 있고 바로 옆에는 대변기 칸이 붙어 있다.<김태형 기자>
인천시 연수구에 거주하는 초보 아빠 송낙건(30)씨는 최근 난감한 일을 겪었다. 11개월 된 딸을 데리고 인천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던 중 급하게 기저귀를 갈아야 할 상황이 생겼다. 급한 대로 지하철에서 내려 역 안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기저귀 교환대는 여자화장실에만 설치돼 있었다. 여자화장실 앞을 서성이다 여성들의 눈총을 받은 송 씨는 결국 화장실로 들어가던 한 아주머니에게 기저귀 교체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송 씨는 "딸아이는 자꾸 울고 보채는데 그렇다고 여자화장실로 들어갈 수도 없어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인천지하철 1호선이 육아 남성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 기저귀 교환대 등 육아 관련 기본적인 시설이 대부분 여성화장실에만 설치돼 있다.

13일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1호선의 경우 남성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역은 전체 29개 역 중 부평역·인천터미널역·인천대입구역·국제업무지구역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설치된 곳도 별도의 공간 없이 교환대가 벽면에 부착돼 있거나 대변기와 가깝게 붙어 있어 이용이 불편하다.

정부는 2010년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지하철역, 공항 등의 남자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특히 지하철역의 경우 남녀화장실에 각각 1개 이상의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이는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에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전체 28개 역의 남자화장실 중 26곳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됐다.

이에 대해 공사는 법 개정 이전에 준공된 역사 내 남성화장실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인천지하철 1호선은 1999년 준공돼 관련법에 소급적용을 받지 않은 데다, 설치를 추진한 역도 이용자들이 물건을 올려놓거나 발로 차는 등 파손이 잦아 설치 확대를 보류하게 됐다"며 "앞으로 각 역 담당자와 논의해 점진적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kt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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