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는 실패한 영웅들의 이야기들도 여럿 나오는데 그 가운데 어처구니가 없는 대표적 졸작이 원술이다.

그의 집안은 원래 후한 최고의 명문가로 사세오공(四世五公: 사대에 걸쳐 정승 다섯을 배출함)으로 유명했다. 만일 후한이 어지러워지지 않았다면 그 역시 집안의 후광을 입어 정승은 아닐지라도 고관대작으로 거들먹거리며 세상을 활보했을 터였다.

 하지만 세상이 크게 변했다. 이제 과거의 명문 따위는 없어졌다. 오로지 실력으로 입지를 세우고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는 세상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원술은 이런 변화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는 황제를 참칭했다.

그리고 거들먹거리기를 "황제가 되면 수천 미녀가 시중 들어야 하고 산해진미로 식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부하를 닦달했다. 결국 부하들이 모두 도망치고 그 자신도 처참하게 죽고 말았다. 그런 원술이 생전에 ‘손책(손권의 형) 같은 아들이 있다면…, 죽는다 해도 무슨 여한이 있겠느냐’고 했었다. 소망과 현실은 이율배반적일 때 더욱 극명한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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