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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교수
지난 25일 평창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경기 일정을 마치고 폐막됐다. 개막식에 이어 폐막식도 한국이 가진 IT(정보기술)와 어우러진 역동적인 문화예술 축하 공연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고 촌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 무대 뒤에서는 김영철의 방문부터 시작해서 연일 장외 정치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한에 앞서서 천안함 폭침 주범론으로 인해 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주객이 전도돼서 북핵 문제로 전쟁의 개연성까지 거론되는 현 한반도 안보 상황을 외면하고 지엽적인 이슈로 본질이 호도되거나 무기력한 국민적 안보정서가 주도한다면 이것은 북한 수뇌부의 오판까지도 부를 수 있다.

 지금 김영철은 평양에서 감지할 수 없었던 한국사회의 강력한 반북 정서를 느낄 수밖에 없고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의 대남전략의 한계를 직시하고 가야 한다. 따라서 적당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은 협상력을 제고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문 정부의 각료들이 이 점을 잘 활용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영철은 과거 천안함 폭침사건(2010년 3월 26일)에 연관돼 책임자로 국민적인 원성을 받는 자인데 폐막식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전진교를 통해 우회 방문했다. 물론 북한정권이 보낸 특사이기도 하고, 유엔과 미국이 방문을 승인한 인물로 절차적인 면에서 일방적 기피 인물로 낙인찍을 수 없는게 정부의 입장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김영철이라는 실세가 와도 북한의 1인독재체제에서는 아무런 대변을 할 수 없는데 허세(虛勢)가 온다면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겠는가? 그만큼 우리는 자신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김영철을 직접 만났고,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문제를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 구체적으로 ‘2단계 북핵폐기론(선동결 후폐기)’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북 양자대화’를 통해 전격적인 북핵문제를 해결하자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영철은 북미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고,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것은 의전용이라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 변화에 미국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면 생산적인 대화의 출발이 가능하다고 미북 직접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오찬에서도 전제조건 없이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호텔에서 조찬을 했다. 정부는 김영철이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협상이라는 것은 주도권을 놓치면 그 만회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관성 있는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제재와 압박, 대화와 협상 그리고 군사적 압력 등 전방위적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미북대화’의 첫 소리가 평양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5천만 국민의 생존을 책임진 정부로서의 강력한 비핵화 의지로 북한 김정은에게 전해야 한다. 북핵이 ‘미국만을 향한 것’이라는 궤변(詭辯)에 추호라도 흔들리는 행태는 결국 남남갈등에 불을 지르게 된다는 점에서 단호한 입장의 정부 여당이기를 기대한다. 2003년 북핵 6자회담이 시작한 이래로 북한이 이처럼 저자세로 나온 적은 없었다. 김정은 정권이 흔들리는 미동이 감지되고 있다.

 더 바짝 숨통을 조이되 불똥이 안 튀도록 간접적인 스탠스를 취하면서도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해야만 한다. 과거 미국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 쿠바 미사일사태 문제도 알고 보면 미국민의 한목소리와 강력한 군사옵션으로 해결한 선례가 있다. 김영철에게 줄 선물은 한미동맹의 비핵화 의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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