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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숭각 평택경찰서 서정지구대장
정부가 지난 1월 30일 가상화폐 실명제를 실시한 이후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뉴스를 타고 있다. 가상화폐의 가격하락이 반드시 실명제 실시 때문은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규제강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듯싶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언론에 가상화폐의 고공행진을 과열로 진단하며 가격하락을 우려하는 경고 메시지가 꾸준히 제기됐던 것이 최근 거래소 해킹과 주요 거래국(한국, 미국, 영국 등)의 규제강화 등 연이은 악재로 인해서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이 커진 것이 시장에 반영된 것 같다. 이번 가상화폐 투기 과열과 급락현상을 보면서 단순한 투자손실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를 유린했던 코스닥 광풍이 묘하게 데자뷔로 오버랩되며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IMF 이후 대박을 쫓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20대의 대학생 등 너나 할 것 없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코스닥 광풍에 몰리고 ‘단타, 초단타 등’ 각종 신조어를 날리며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결국 거품이 꺼지고 난 후 개미투자자들은 대부분 쪽박으로 끝이 나고 그 결과 가정해체, 자살과 사회범죄 증가 등 사회적 상흔이 결코 적지 않았었다.

이번 가상화폐와 관련해서도 이와 유사한 위험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려는 조짐이 보인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으로는 가상화폐 채굴의 채산성이 악화돼 투자 손익분기점이 불확실함에도 가상화폐를 신기술의 영역이라며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유혹하는 유사수신 사기행위와 보험설계사를 활용하거나 여행상품과 결합한 다단계식 소액 투자 사기 수법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한 가상화폐(암호화폐)관련 유사수신 범죄가 2015년 12건에서 2016년 23건, 2017년 38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라면 당연하게 고수익을 지향하겠지만 고금을 통해 검증된 투자 법칙은 ‘하이 리스크(High Risk) 하이 리턴(High Return)’이다. 가상화폐를 신기술로 무장됐다거나 채굴기술의 내밀성 등으로 포장해 고금리를 유혹한다고 해도 결국 위 법칙을 비켜가기 힘들다. 따라서 진부하게 들리지 몰라도 투자에 있어서도 범죄를 예방하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법은 지나친 고수익에 대한 환상을 벗고 개별 투자자의 형편에 맞는 현명한 투자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29일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이 가상화폐를 보유하거나 거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2월에 총리실에 파견 나간 금융감독원 직원이 금융정책과 관련한 업무를 취급하며 가상화폐에 투자, 고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지난해 12월에 언론에 보도돼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IMF 당시에도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근무 시간에 공공연하게 주식을 거래해 크고 작은 물의를 야기한 폐해를 상기해 이번 김 처장의 발표를 공직윤리에 경종을 울리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혹자는 현행 법률상 가상화폐 거래의 비불법성을 이유로 개인의 금융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부당하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좋은 생각을 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이 공무원이 일반인의 평균보다 높은 윤리성으로 무장했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수십 번씩 출렁거리는 시세판을 보며 일희일비를 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공적인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김판석 처장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가상화폐 거래의 합법 유무를 떠나 공직자는 물론이고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선관의 의무를 지는 직장인이라면 근무시간에 있어서 만큼은 가상화폐의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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