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최고 명문인 연세대학교가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오면 적어도 3만 명 이상의 최고 수준의 연구원이 모이고 몇십만 명의 고용효과와 몇 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날 것으로 생각했다."

2008년 2월 1일 인천시의회에 출석한 민희경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이 한 말이었다. 그는 당시 시의회로부터 연세대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건립사업 의결을 받기 위해 출석했다.

계속되는 시의원들의 ‘연대 특혜’ 공세에 민 본부장은 "지식형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기 위해 여러 군데를 다 접촉했지만 그 중에서도 긍정적으로 대답한 곳이 연세대였다"며 "국내외 연구소를 끌어당길 수 있는 학교가 들어오면 고용유발과 이후 경제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연세대와 같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이날 시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후 시의회는 연세대와 타 대학들의 교육연구용지 요구 및 공급 조건 형평성 등을 이유로 상정된 안건을 연거푸 보류시켰다.

결국 연세대는 2014년 제2기숙사까지 지어 놓고도 1단계 사업으로 약속한 R&D 캠퍼스 6개 동은 건립하지 않고 있다. 전문 연구원이 모일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IT 명품인재사업을 국·시비로 지원받으면서도 지역 학생 우선 선발은 미미했다. 2012년과 2013년 공개된 자료에는 인천 출신 2명, 5명이 전부다. 국제캠퍼스가 있는 7공구 위쪽 국제병원 터도 재정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10년이 넘게 나대지로 방치하고 있다.

반면, 세브란스 의료원은 신촌 병원에 암센터를 신축하고, 용인 동백지구에는 최첨단 의료 클러스터를 갖춘 병원을 새로 지었다.

첨단 연구개발시설과 국내외 유명 대학, 기업을 한진그룹과 함께 유치하겠다는 인하대도 11공구 땅을 확보해 놓고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학의 운명을 걸고 송도캠퍼스 조성사업에 나선다’고 천명했지만 11공구로의 입주는 지금으로써는 불투명하다.

인하대는 11공구 교육연구용지 22만여 ㎡에 IT·BT·NT 등 전략산업 중심의 특성화 캠퍼스를 조성하고 해외 명문대와 첨단연구소를 유치하기로 2010년 인천경제청과 토지매매계약을 맺었다. 2021년까지 완납하기로 한 땅 값은 1천75억 원이다. 이자를 더하면 1천141억 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 10월 기준 잔금은 518억 원이다. 인하대는 당초 계획과 달리 ▶11공구 부분 매입 ▶인하공전 대체 이전 ▶송도지식정보단지 내 항공산업산학융합지구로의 사업부지 변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대도 연세대, 인하대와 마찬가지로 11공구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곳 33만여 ㎡의 터에 바이오혁신 캠퍼스, 매트릭스 캠퍼스, 국제개발협력 캠퍼스, 글로벌 공용시설 등을 계획했다. 그러나 2013년 협약 조건에 따라 인천대가 11공구 땅을 받으려면 R&D시설을 먼저 유치해야 한다. 인천대는 이를 달리 해석한다. 유치 확정이 아니라 유치 활동을 시작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11공구로 갈 건지 말 건지 확답을 못하겠다"며 "다른 데(연세대·인천대)가 간다고 하니 우리도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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