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jpg
▲ 송도 11공구 전경. /사진 = 기호일보 DB

해외 대학과 연구소, 기업연계형 ‘첨단 R&D 복합 클러스터’를 추구했던 연세대학교 송도국제화복합단지의 변질은 궤도를 이탈한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사의 ‘전형(典型)’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부지를 먼저 개발한 뒤 남은 이익금에 국·시비까지 보태 산학 융·복합클러스터 조성에 쏟아 부었다. 결과는 연세대 신규 캠퍼스의 전면 배치였다.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앞뒤 가리지 않고 결정한 것은 항상 인천시 수장이었다. 허술한 최초 계약(MOU)은 계약 상대를 시의 뜻대로 부릴 수 없게 했다.

시는 그 때마다 마스터플랜을 뜯어고치며 땜질식 처방을 했다. ‘퍼주기’ 논란과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은 수장이 떠난 뒤 하급 간부들 몫이 됐고, 손실은 시민 혈세로 메웠다. <관련 기사 3면>

28일 인천경제청 등에 따르면 송도 7공구 개발의 거대 축인 연세대 송도국제화복합단지는 91만여 ㎡ 중 주거·상업용지가 26만여㎡(약 30%)를 차지했다. 국제학술연구단지(최초 명칭) 활성화를 위한 필수시설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연세대는 캠퍼스 관련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5천300실 규모의 기숙사를 지었다. 인근 캠퍼스타운 아파트 등 공급 물량의 적정성은 애초부터 검증되지 않았다.

지금에서 보면 해외 연구인력이 유입되지도 않을 뿐 더러 굳이 배후 아파트를 구할 필요도 없었던 셈이다. 일반 입주민을 상대로 시가 첨단 융·복합클러스트와 세브란스 국제병원을 내세워 허위 분양광고를 한 꼴이 됐다. 여기에 시는 2006년 1월 연세대에 조성원가의 3분의 1 수준인 3.3㎡당 약 50만 원에 땅을 주면서도 2008년 상반기까지도 행정절차를 내세워 땅값에 대한 감정평가도 하지 않았다.

20009년 1월 기준 이 지역 개별공시지가는 3.3㎡당 620만 원이었다. 공영 개발과 시행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이 산정한 수익부지 예상수입(8천억∼1조 원)도 저조한 분양과 공사비 상승으로 수천억 원의 오차가 났다. 2014년 완공된 연세대 1-2B 사업 이후 더 이상의 건물 신축을 시가 떠 안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 하지만 강의실과 실험실, 도서관, 기숙사, 채플실, 체육관 등 당장 필요한 캠퍼스 시설을 확보한 연세대는 당초 약속을 외면했다. 세브란스병원 건립과 5개 해외 자매학교·6개 R&D시설 유치 및 신축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인천경제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패널티는 연세대 2단계 사업으로 예정된 송도 11공구 89만여 ㎡의 땅을 제공하지 않는 것 뿐이었다.

강제성 없는 협약과 공익성은 크되, 사업성이 낮은 시설물 건립을 회피하는 개발연동제의 한계가 노출됐다.

이 같은 상업성 위주의 개발과 헐값으로 확보한 땅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 시세 차익과 랜드마크 시설 및 국내외 첨단산업 유치의 지연 및 축소는 송도 7공구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1·3공구 국제업무지구, 4공구 바이오단지, 5공구 첨단 클러스터도 같은 ‘패착(敗着)’이 반복됐다. 인천경제청은 ‘악수(惡手)’를 송도 11공구에서 또 다시 하려고 한다. 인천경제청이 송도의 마지막 가용지 11공구를 ‘대학촌’으로 다시는 변질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은 이유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