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용기 있는 미투 운동이 법조계를 시작으로 정계, 문화예술계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투 관련 법안이 발의돼 지난 28일 국회에 제출됐다. 이번에 발의된 권력형 성폭력 근절법의 주요 내용은 권력형 성폭력의 경우 벌금이 아니 실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공소시효 삭제, 성폭력 피해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포함하고 있다. 힘과 권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약자 여성에게 야만적인 폭력을 저지르는 행위는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서만 근절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투 운동은 2017년 10월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 허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여배우들이 해시태그를 다는 행동에서 시작돼 들불처럼 번지며 반년도 안돼 성차별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핵폭풍으로 진화하고 있다. 당시 국내에서도 일부 시인 등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폭로가 나왔지만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다가, 올 1월 말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어 검찰, 문화예술계를 넘어 종교계까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그동안 감춰지거나 묵인되고 있던 성폭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렵게 밝힌 피해 사실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묻혀지거나 없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벌어진 성폭력 사실들을 침묵하게 하거나 은폐시킴으로써 그릇된 성문화를 조장해왔다. 성폭력은 명백한 성차별적 권력구조에 의한 범죄행위로 구렁이 담 넘기 식의 사과와 해명으로 지나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식의 태도는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다.

피해 여성들이 겪은 고통은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만으로는 치유되기 어렵다. 성폭력 가해자의 과오 인정과 책임성 있는 사과, 그에 따른 형사처벌이 따라야 한다. 범국가적인 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기에 국회가 관련법 발의에 나선 것은 시의 적절해 보인다. 아울러 미투 운동이 단순히 과거의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성차별 문화를 바꾸는 실질적 움직임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에 올바른 성문화 정착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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