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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 전부터 지하상가 불법 전대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상인들의 반대와 정치권 등의 방관으로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진 = 기호일보 DB
인천에서 만연하고 있는 지하도상가의 ‘불법 전대(轉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27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지하도상가의 불법 전대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한 갈등조정협의회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중단됐다.

시는 현재 상위법과 맞지 않는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상위법(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는 공유재산의 위탁관리인이 제3자에게 재위탁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지만, 시 조례는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를 개정하고자 시는 지난해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했다. 갈등 해결에 전문성을 지닌 민간 갈등조정관을 초빙해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시 담당 부서 간 의견을 조율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상인들과 관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조율이 불가능해 결국 갈등조정협의회는 무산됐다.

그렇다고 시 담당 부서가 임의로 조례를 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는 지방선거까지 실시되면서 그나마 지하도상가의 불법 전대 문제를 바로잡으려 했던 일부 시의원들의 목소리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례 개정이 또 다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시의 재산인 지하도상가는 시 시설관리공단이 시로부터 위탁받아 민간 법인에 재위탁하고, 민간 법인에게 운영권을 위탁받은 개인은 또 다른 개인에게 임대하는 불법이 그동안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한 달에 10여만 원으로 책정된 시설관리공단의 대부료는 전전대를 받은 영세업자에게 수백만 원의 월세로 뻥튀기됐다. 남의 재산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권리금을 붙여 이득을 취하는 개인도 생겨나고 있다.

지역의 모 지하도상가에서 장사를 하다가 올해 초 그만 둔 한 시민은 "인천시에서 시설관리공단으로, 공단에서 법인으로, 법인에서 개인과 개인으로 전대가 이어지면서 힘없는 영세상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어마어마한 이권이 개입된 지하상가를 지자체가 수수방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갈등조정협의회를 도입했지만, 입장이 너무 첨예하게 나뉘다 보니 타협점을 찾을 수 없었다"며 "갈등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비로 계속 지원하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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