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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그라운드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2018년 03월 05일 월요일 제10면

최근 사석에서 만난 기간제 교사의 이야기다. 이 교사는 새 학기를 앞두고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기가 다가왔다. 학교에서는 그에게 조만간 올릴 채용공고에 지원 서류를 내보라고 권유했다.

 이곳 학교에서 1년 동안 근무했지만 동등한 조건으로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우대는 바라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로서의 경력도 제법 쌓인 데다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무난히 재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오산이었다. 다른 사람이 채용됐다. 이런 사실을 뜻밖의 전화를 받고 알았다. 바로 동료 선생님들이 자신의 송별회를 해준다는 전화였다. 학교에서 먼저 자신의 재계약과 관련된 얘기를 알려 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1년간 소중한 만남을 이어온 동료 선생님들과 관계를 잘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추스리고 송별회에 참석했다.

 한참 자리가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다. 동료 선생님들부터 한 가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교 내부에서 자신이 재계약하는 것으로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퇴직 교사 지인의 자녀가 소위 말해 ‘백’으로 치고 들어와 자신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순간 허탈감이 밀려왔다. 자신의 실력이나 커리어가 부족해 채용공고에서 떨어진 게 아니었다. 퇴직 교사 지인의 자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인간으로서, 교사로서 그동안 쌓아온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1년 동안 성실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제 소임을 마쳤기 때문에 재계약에서 떨어졌어도 공정한 채용심사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 생각이 들어 금방 수긍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백그라운드에 밀렸다는 얘기를 듣고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교단에 서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공정함을 가르쳐야 하는 교단에서 모범을 보이지 않고 나쁜 관습을 따르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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