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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야수

원현린 주필<主筆>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3월 05일 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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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
뉴스 보기가 역겹다. 신문 방송 가릴 것 없이 온통 성범죄 소식이다. 작금에 우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성범죄자의 글이 실린 교과서에서 내용을 삭제하느니 마느니 하고 교육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한다. 좌고우면 (左顧右眄)할 일이 아니다. 학생들 대하기가 염치없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더러운 욕망을 지닌 작가가 썩은 먹물을 찍어 써 내려간 글은 이미 글이 아니다. 문장이 겉보기에 아무리 수려하다해도 그 글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순 없다. 마음의 재계(齋戒)없이 쓴 글이라면 옥고(玉稿)일리가 만무하다. 똑같은 물이라도 젖소가 마시면 우유를 생산하고 독사가 먹으면 독을 내뿜는다 했다.

 필자는 사회가 아무리 혼탁해진다 해도 맑아야 할 곳이 따로 있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곳은 종교계와 교육계, 법조계다. 하지만 근자 들어 밝혀지는 실상을 보니 사회 오염의 진원지가 다른 곳도 아닌 이들 분야라 하니 할 말을 잊게 한다.

 성직(聖職)을 자처하는 종교계, 학문과 진리 탐구에 진력한다는 상아탑, 정의의 실현을 내세우는 법조계가 온갖 추행의 온상으로 드러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구도자(求道者)의 마음이 수양심(修養心)이 아닌 사심(邪心)으로 가득차 있다면 그 성직자는 이미 수도자가 아니다. 제자를 올바른 길로 가르치지 않는 선생이라면 그 선생은 이미 스승이 아니다. 법 질서를 바로잡아 사회정의를 구현한다는 법조인이 그 직분을 망각했다면 이미 더 이상 정의의 표상이 아니다. 게다가 더욱 우리를 실망케 한 것은 최근 일련의 성범죄 파문에서 나라의 간성(干城)으로 칭송되는 군(軍)도 비켜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까닭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범죄 연루자는 오는 6월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키로 한다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로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병이 고황(膏황) 깊이 들어 고치기 어렵게 됐는데도 오직 자당(自黨)의 이익을 재는 정치 계산기 두드리기에 온 정신이 팔려 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느 한 곳 맑고 푸른 청정지역이 보이질 않는다. 사회 곳곳이 썩어 문드러져 도저히 흙손질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우리는 예술을 사랑한다. 때문에 그 예술을 창조하는 예술인들을 사랑해왔다. 하지만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부 예술인들에 의해 행해진 상상도 못할 추악한 행위들을 목도하고 있자니 치가 떨릴 뿐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온통 속 검은 늑대들의 춤의 무대가 되었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근자 들어 드러난 치한(癡漢)들의 야만적 행위야말로 인간 형상을 한 야수들의 행위 그 자체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성범죄 사건들은 단지 한 개개인의 도덕적 불감증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퇴락이라 하겠다. 이미 드러난 성범죄는 교육, 문화, 법조, 종교 등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 구석구석 곳곳에 두 얼굴을 지닌 야만인들이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그저 동물의 왕국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적 물의를 빚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으레 그래 왔던 것처럼 어물쩍 넘기곤 해 왔다. 이번만은 안 된다. 철저히 조사해 발본색원해야 하겠다.

 대학 교수들이 선정한 우리 사회의 지난 한 해를 정리한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그렇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정도를 드러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이상이다.

 우리나라가 금년 중으로 5030클럽(인구 5천만 명 이상에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반열에 오른다는 희망적인 경제전망도 나왔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경제 선진국 소리는 들을지 몰라도 문명국으로서는 자격이 못된다. 우리 국민들 또한 문화인 소리를 들을 수는 없을 게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은 있다고 본다. 그것은 도덕으로 재무장해 건전한 사회의 길로 나아가는 일이다.

 "나에게 항상 무한한 경탄과 존경심을 일으키게하는 두 가지, 그 하나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또 다른 하나는 내 마음속의 도덕률."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묘비명으로 그의 저서 「실천이성비판」에 나오는 맺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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