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마다 지역 아이들의 따뜻한 바둑 사범이 돼주는 봉사자가 있다. 인천시 남구 숭의종합사회복지관에서 11년째 지역 아이들에게 바둑을 지도하는 현명덕(63)씨다.

현재 전국장애인바둑협회 중앙회장인 현 씨는 지난 2007년부터 복지관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중앙회장으로서 매일 출근 등 일정이 많지만 세상에 티끌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만남을 이어 왔다.

그는 다리 장애로 휠체어를 타면서 35년간 집에서만 지냈고, 그 시간 혼자 익힌 것이 바로 바둑이었다. 다시 세상에 나왔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바둑을 선택했다.

현 씨는 "바둑은 계층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상대방과 경기를 하며 사회성은 물론 인성과 예의도 갖출 수 있다"며 "복지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특히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바둑을 배우러 복지관에 오는 아이들은 10여 명이다. 현 씨는 아이들이 개별적으로 관찰하고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눈높이 바둑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속도와 기술을 주입시키기보다는 하나라도 분명하게 익히고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교육 방침이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돕는 그의 교육 방식은 아이들이 바둑 숙제 검사를 기다리게 할 정도로 변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 받아 현 씨는 2010년 ‘인천사회복지 자원봉사인증관리(VMS)우수 자원봉사자’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사회복지협의회 자원봉사 기자단을 통해 시민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1년 전부터 아이를 바둑교실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올해로 아들이 9살이 됐는데 바둑을 배우면서 집중력이 늘고 차분해졌다"며 "청춘대학 어르신들과 대국을 진행하면서 예의도 배우는 등 아이가 계속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현 씨는 "아이들에게 바둑은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놓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이렇게 꾸준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성실함의 본보기가 될 수 있기에 앞으로도 바둑교실은 그만둘 수 없다"며 선한 웃음을 지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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