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기선 전 인천시장의 시민장 영결식이 4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렸다. 유가족을 비롯한 유정복 인천시장과 제갈원영 인천시의회의장, 안상수,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최 전 시장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최기선 전 인천시장의 시민장 영결식이 4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열렸다. 유가족을 비롯해 유정복 인천시장과 제갈원영 인천시의회 의장, 안상수·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최 전 시장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대한민국 최대 광역시, 공항과 항만을 갖춘 국제도시, 송도와 청라 경제자유구역을 둔 첨단도시.’ 지금 인천의 모습이다. 그 뒤에는 고(故) 최기선 전 시장이 있다. 시대 정신을 읽고 미래를 내다보는 걸출한 지도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권도 고인의 치적을 추켜 세우기에 바쁘다. 고인의 후광(後光) 끌어안기다. 고인의 이미지와 업적을 당리당략에 투영시키는 ‘문상정치(問喪政治)’가 발동하고 있다. 4일 인천시청 앞 미래 광장에서 시민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서 전·현직 인천시장들은 저마다 고인의 뜻을 받들었다고 호언했다. <관련 기사 19면>

유정복 인천시장은 조사를 통해 "인천에서 나고 자란 저는 민선 6기 시장이 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故 최기선) 시장님의 뜻을 이어 시민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있다"며 "이제 저는 시장님이 펼쳐 놓으신 큰 꿈 위에 인천의 가치와 미래를 심어 바라시던 대한민국 최고도시 인천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내세운 ‘시민행복 제1 도시’가 묘하게 겹치는 대목이다.

전직 시장들은 영결사를 통해 고인의 뜻에 올곧이 세웠다고 강조했다. 안상수 전 시장은 "2002년 후임으로 당선됐지만 (최 전 시장이) 인천 위해 하신 일, 준비한 모든 그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정인수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더 발전된 인천 미래를 그려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했다.

송영길 전 시장은 고인과의 인연을 중심으로 민선 5기의 성과를 부각시켰다. 송 전 시장은 "시장님이 최초 유치한 셀트리온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아지노모토 등 기업을 송도에 유치할 수 있었고, 송도는 세계 최고 바이오산업 도시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며 "인천대를 시립화해 주셨기에 그 뒤를 이어 제가 국립대 법안을 통과시켜 시민 숙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고인의 숭고한 뜻과 업적은 그 뒤의 전·현직 시장의 재임 기간 되레 퇴색시켰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고인이 기틀을 잡은 ‘동북아 중심도시’ 인천의 꿈은 후임 시장대에 ‘부채 도시’로 흐려졌다. 안 전 시장이 유치한 인천아시안게임은 송 전 시장이 준비하고, 유 시장이 치르면서 인천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2014년 시의 부채는 13조1천685억 원에 달해 재정위기주의단체로 지정됐고, 재정정상단체로 회복했지만 아직도 ‘10조’ 원이 넘는 빚이 남아 있다.

외자 유치의 신기루를 쫓다 보니, 대형 개발 사업은 열매조차 맺지 못했다. 밀라노디자인시티와 에잇시티, 송도 엑스포시티, 로봇랜드, 검단스마트시티 등의 사업은 뒷걸음질 했다.

고인이 송도국제도시에 추진했던 트라이-포트 전략도 ‘주거 타운’으로 전락해 빛을 잃었다. 151층 인천타워 건립사업(2015년), 엑스포시티 조성사업(2016년) 등이 실패로 끝났다.

최 전 시장이 투자 유치한 미국 게일사는 현재 포스코건설과 송도국제업무지구(IBD) 개발권을 놓고 갈등 관계에 있어 이곳 개발사업도 길을 잃은 지 햇수로 3년을 넘기고 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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