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환 미래변화예측연구소 소장.jpg
▲ 김두환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1925년 러시아 작가인 알렉산더 베리야프는 「도웰 교수의 머리」라는 소설을 썼다. 이 소설에는 분리된 신체 부위의 생명유지와 관련한 의학적 문제를 연구하면서 남성의 머리와 여성의 몸을 결합하는 실험을 수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소설을 배경으로 1984년 ‘도웰 교수의 증언’이라는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소설과 영화와 같이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 그려졌던 사건이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최근에 신경외과 교수인 세르지오 카나베로와 런샤오핑이 ‘헤븐 프로젝트’(HEAVEN Project)를 진행하고 있는데, 헤븐은 ‘The HEAd anastomosis VENture Project’(머리 접합 벤처 프로젝트)의 줄임말이다. 실험은 3단계를 거쳐 진행되고 있다. 1단계는 두 시신을 사용해 시신의 머리를 다른 시신의 몸에 접합하는 실험으로, 지난해 11월에 성공한 것으로 발표했다. 2단계는 뇌사 판정을 받은 두 사람의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실험이며, 3단계는 최종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와 뇌사판정을 받은 사람의 몸을 연결하는 실험으로 현재 2단계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머리 이식 수술은 과학·의학계에서의 평가는 냉혹하다. 머리와 연결되는 중추신경을 끊었다가 다시 붙여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더 이슈가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몸과 머리를 갖다 붙인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냐는 것이다. 사실 신체 이식 수술은 논란 속에서 진화해 왔다. 1905년 체코에서 각막 이식 수술이 진행됐고, 54년에 최초로 장기 이식 수술로 신장 이식 수술을 한 이후 63년에 폐, 67년에 간과 심장, 68년에 골수와 췌장, 87년에 장까지 확장됐다. 일반 사람들은 장기 이식 수술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머리 이식 수술에도 큰 거부감을 갖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러나 머리 이식 수술에는 인간이 넘을 수 없는 감정적 마지노선이 있는 듯하다.

 사실 머리 이식 수술이 윤리적으로 논란거리라고 하더라도 이는 생물학적 결합이다. 과연 머리와 몸이 결합된 신체의 주인은 누구인가? 머리 부분이 주인인가? 몸 부분이 주인인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또한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체의 일부와 로봇의 일부가 합쳐진 결합체는 과연 무엇인가? 로봇 팔과 로봇 다리를 가진 결합체는 인간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결합체를 인간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렇다면, 머리 이식 수술처럼 머리는 인간이고 몸은 로봇인 결합체는 과연 인간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과연 실제 인간의 뇌의 정보를 기반으로 구현한 인공지능 로봇은 과연 인간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좀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과 동일한 감정과 행동 패턴을 보인다면 이를 인간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이러한 새로운 결합체의 출현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인간’의 사전적 의미는 ‘직립 보행을 하며, 사고와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문명과 사회를 이루고 사는 고등동물’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인간’으로 간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인간’의 의미처럼 ‘고등동물’이 아니기에 인간이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계와 육체가 결합된 결합체는 동물로 간주할 수 있는가? 만약 동물로 간주할 수 있다면 전체 육체 중 기계의 비율이 얼마만큼 돼야 하는가?

 한때 우리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장기 이식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뜨겁게 일어났던 적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쟁도 아직 끝나지도 않는 상황에서 인간 본질에 대한 더 큰 논쟁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엄청난 속도의 과학 발전은 인간의 사고를 완전히 함몰시킬 정도의 위력이다. 인간이 인식하든 못하든 신인류가 몰려오고 있다.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체인 인간은 신인류 도래에 대해 준비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 큰 재앙이 올 수 있다. 미래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서 다가올 미래의 위험 증후를 포착해 예방하며, 인간중심의 미래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