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현직 광역·기초의회 의장의 동급 선거 출마 금지를 언급하자, 지역 내 해당 의장들이 술렁이고 있다. 당황과 반발, 정중동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울며 겨자먹기로 상위 선거 출마를 결심한 사람도 있다.

홍준표 대표는 5일 시·도당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초 의장을 했으면 광역의원에 출마하고, 광역의원을 했으면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는 것이 맞다"며 "출마 제한 조치를 아침(최고위원 비공개회의)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천이 순조롭고 깨끗하게 이뤄져 당이 젊어지고 신인으로 넘쳐 나는 활기찬 곳이 되도록 지역에서 책임지고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천 광역·기초 의장 중 동급 선거 출마 해당자는 제갈원영 시의회 의장, 임순애 남동구의회 의장, 이인자 연수구의회 의장 등이 꼽힌다.

지역 정가는 당선 가능성과 득표율 등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당 결정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국회의원은 5∼6선까지 하면서 하부 조직인 시·구의원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선인 제갈 의장은 "시·도당위원장들이 지역별 의견을 보내기로 했으니 지켜보고 결정하겠지만 당의 방침이 정해지면 그대로 따르겠다"면서도 "구청장 출마는 생각해 볼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6·13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기로 했었지만 총선까지 2년여 공백이 정치인으로서 부담스럽지 않냐는 주변의 권유와 같은 당 이재호 연수구청장과의 교감을 통해 시의원 재출마를 결심했다.

재선인 이 의장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황스럽고 지역 상황을 잘 모르고 이 시기에 이런 얘기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라며 "미리 얘기했으면 시의원이든 구청장이든 준비할 수 있었을텐데, 당원으로서 당의 방침을 거절할 수도 없고 궁여지책이라도 짜봐야 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국회의장하고 국회의원 선거 나오지 않는 것처럼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초선인 임 의장은 당 방침에 따라 시의원 출마를 결심했다. 정치 신인인 기초의원 후보가 3∼4명이 있어 길을 비켜준다는 입장이지만 아쉬움이 크다. 임 의장은 "동네 주민들 민원 해결하고 얘기 들어주는 건 결국 기초의원이라서 구의원이 저한테 더 맞고 주민들도 원한다"며 "지지자 중 시의원 나가면 돕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고 난감해 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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