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게 자식이다.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을 잃어버리고 수십 년째 밤잠을 설치며 치유 받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

대한민국 안 가본 곳이 없고, 안 만난 사람이 없다. 금방이라도 "엄마"하고 품으로 달려들 것만 같은 자식은 사진 속에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본보는 실종 아동 실태와 왜 오랫동안 실종아동을 찾을 수 없는지 등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예방책을 찾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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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아동들의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해선 주민들의 관심과 빠른 신고가 중요하다.한 시민이 실종아동 관련 전단지를 유심히 보고 있다.김태형 기자
정모(당시 만5세)양의 어머니 김모(60)씨는 29년 전 그날을 아직도 있지 못한다. 인천시 남구 박문사거리에서 한 순간에 사라진 딸의 얼굴이 여전히 생생하다.

정 양이 실종될 당시 나이는 만 5세로 현재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다면 34세가 됐을 터다. 하지만 김 씨의 기억에는 어린 시절 웃을 때 보조개가 생기던 정 양의 미소만이 남아 있다. 그리운 딸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며 사는지, 끼니는 잘 챙겨먹는지 등 찾지 못한 딸에 대한 걱정은 20여 년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수십 년 동안 전단지를 만들고 실종아동협회를 통해 도움도 청했지만 아이는 아직까지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매년 4월 22일이면 김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 양을 잃어버린 장소로 가 보지만 딸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만 커질 뿐이다.

모두 행복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에도 누군가는 잃어버린 자식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35년 전 크리스마스에 부평구 일신동 인근에서 사라진 김모(당시 만8세)양을 기다리는 가족들이다.

당시 일신동에 있던 친구 집에서 놀고 집에 오겠다던 김 양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감청색 바지와 벽돌색 코트를 입고 친구 집으로 놀러 가던 김 양의 모습은 가족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모습이다.

친구와 즐겁게 놀고 금방 돌아오리라 믿었던 김 양의 가족들은 그 날의 배웅이 수십 년의 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김 양의 어머니 A(65)씨는 "왜 그때 아이를 보냈을까?"라는 후회 속에 살아간다. 발이 썩어 치료를 받을 정도로 돌아다녔지만 결국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김 양과 정 양은 현재 인천경찰청 장기실종 추적팀에 이관돼 처리 중이다. 문제는 이들 가족모두 실종사건이 발생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신고했다는 점이다. 아이들 잃어버린 뒤 가족끼리 찾아보다 수십 년이 지나서야 경찰에 접수한 사건이다.

경찰은 실종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사건이 접수되면 실종 아동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은 급격히 줄어든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실종 당시 이들의 인상착의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어 탐문이 어렵기 때문이다. 관계시설에 방문해도 아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해버리면 경찰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최초 실종 장소 등을 방문해 탐문 및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며 "시간이 오래 지나면 당시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관계인이 적어지기 때문에 실종 아동이 생길 경우 곧바로 경찰이나 실종아동센터 등 관계기관으로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kt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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