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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선거철이면 으레 인천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전국 표심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가늠자’라는 이유에서다. 용케도 대선과 총선 등 역대 선거에서 인천의 여야 득표율은 전국의 그것과 맞아 떨어졌다. 지역 내 여론조사 결과는 곧 여야의 승패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인천이 숫자 놀음인 ‘바로미터’의 늪에 빠진 것도 사실이다. 인물과 정책을 통한 변화와 혁신보다 ‘내 아는 사람 찍기’로 현실에 안주해왔다. 그것이 인천의 선거풍이었다. 바로미터에 함몰된 지역 선거문화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 선거판에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지역 갈등이 은밀히 내재한다. ‘동서 분할현상’의 고착화가 대표적이다. 같은 인천 안에서도 동쪽인 계양·남동·부평구는 진보 성향, 서쪽인 중·동·남구와 강화·옹진군은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 군림하고 있다. 계양구의 경우 17대부터 20대 총선까지 모두 더불어민주당(구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이 싹쓸이 했다.

남동구도 민주당 박남춘·윤관석 의원이 19대 선거에서 지역을 탈환한 후 20대 재선 성공으로 지역 내 정당의 입지를 다졌다.

반면, 중·동·강화·옹진과 남구는 보수의 아성이다. 중·동·옹진의 경우 당시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18대에 이어 19대(새누리당)를 지냈고,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20대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구는 18·19·20대 자유한국당 홍일표·윤상현 의원의 차지였다. 다당제와도 거리가 멀었다. 1회 지방선거부터 2014년 치러진 6회 지방선거에서 여당과 제1 야당 이 외에 군소정당 후보가 군수·구청장으로 당선된 것은 5회 2명, 2회 1명이 전부였다. 5회 당시 민주노동당 조택상, 배진교 후보가 각각 동구청장과 남동구청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2회 때는 자유민주연합 이헌복 후보가 남동구청장에 당선됐다. 최근 치러진 18~20대 총선에서 군소 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시대의 요구를 읽지 못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한국당 김홍섭 중구청장은 당적을 바꿔가며 중구청장직을 역임했다. 2000년 보궐선거에서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중구청장에 당선된 뒤 2002년 3회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구청장직을 잃었다. 이후 2012년 보궐선거에서 당을 바꿔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당선된 뒤 연임에 성공해 인천 최초 4선 구청장이 됐다. 옹진군의 경우 보수성향의 조건호와 조윤길 군수 2명이 대물림으로 내리 3선을 하면서 24년 동안 수장을 맡기도 했다. 여성 정치인도 부족하다. 지금까지 여성 광역단체장은 전무하다. 여기에 기초자치단체장에 당선된 여성은 홍미영 5·6대 부평구청장과 박승숙 4대 중구청장이 유일하다.

지역의 한 원로 시민운동가는 "선거에서 인천이 ‘바로미터’라고 얘기하는데 자랑거리가 못 된다"며 "선거를 통한 변혁과 세대 교체 등이 일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인천을 일궈 내기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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