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2018년 봄호(통권 98호)
황해문화 편집국 / 새얼문화재단 / 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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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의 ‘괴물’로 온 나라에 유명세를 탔던 황해문화가 2018년 봄호를 발간했다.

 이번 특집 기획은 ‘가족의 미래, 사회의 재구성’으로, 이 같은 고민을 성별과 가족구성원, 생애주기의 문제로 연장했다.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황정미 씨는 특집의 총론 격인 ‘한국인에게 가족은 무엇인가’를 썼다. 그는 가족의 외형은 한 세대를 거치는 동안 급격하게 변모해 왔는데, 어째서 가족을 공동운명체로 여기는 문화는 변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이상한 정상가족’의 저자이자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에 임명된 김희경 씨는 ‘아이들에게 가족은 울타리인가’를 통해 한국사회 가족 구성원 중 가장 낮은 연령대에 속하는 자녀세대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가족 안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억압하는 성차별적 위계구조 못지않게 아이들을 억압하는 것은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증명하려 드는 ‘부모’라는 이름의 권력이라는 것이다.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자아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경천 평전
이원규 / 선인 /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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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99주년을 맞아 ‘백마 탄 김 장군’, ‘원조 김일성’으로 불린 독립투사 김경천 장군의 평전이 소설가 이원규의 손끝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원규는 모교인 동국대에서 오랜 기간 소설과 논픽션을 강의한 전통 리얼리즘 작가다. 젊은 날 위험을 무릅쓰고 20여 차례 여행한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의 답사노트와 독서력을 바탕으로 10여 년 동안 「약산 김원봉」, 「김산 평전」, 「조봉암 평전」 등을 집필했다.

 앞선 세 권이 사회주의 독립투사, 혁명가들이었다면 이번 김경천은 민족주의자다. 민족사의 제단에 자신을 던진 지사(志士)였고, 억울하게 죽어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인물이다. 다만 팩트를 절대 우선으로 삼고 빈자리를 소설 시퀀스로 채웠다는 점은 같다.

 평전은 자료와 현장감, 저자의 시각, 읽은 재미가 성패를 좌우한다. 「김경천 평전」에는 일본국립공문서관, 러시아 문서보관소 등에서 찾은 수많은 자료들, 그리고 필자 자신이 찍은 현장사진을 비롯한 70여 장의 사진이 들어있다. 주석도 200여 개에 권말의 참고문헌 목록도 10쪽에 달한다. 또한 소설가다운 유려한 문체로 인물의 내면을 그려내 독자를 웃게 하고 분노하게 한다. 슬픔에 잠기게도 한다.

 남북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는 요즘, 그 원인이 일제통치와 민족분단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독립투쟁을 돌아보게 한다. 평전은 독립투쟁 전반을 통찰하게 만든다.

 친일 인물과 후손들의 영화로운 삶과 고난 속을 살아온 김경천 후손들의 삶도 대비시켰다. 그리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역사가 개인의 운명을 어떻게 휘감아 버리는가를 보여준다. 한 위대한 인물이 민족의 역사를 어떻게 뒤바꿀 수 있는가도 그려낸다.

 저자 이원규는 1947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인천고와 동국대 국문학과를 나와 젊은 시절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겨울무지개」가, 1986년 「현대문학」 창간 30주년 기념 장편공모에 베트남 참전 경험을 쓴 「훈장과 굴레」가 당선됐다.

 인천과 서해를 배경으로 분단문제를 다룬 소설들을 주로 썼으며, 분단에 대한 진보적 시각을 온건하게 표현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박영준 문학상, 동국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모교인 동국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10여 년 간 소설과 논픽션을 강의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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