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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종사하며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 사람들의 삶의 스토리’라는 이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시청하는 장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요즈음 ‘먹방’이라고 부르는 음식 먹는 방송이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는 탓인지 이 프로그램에도 빵의 달인, 냉면의 달인, 떡볶이의 달인 등 맛의 달인들이 기장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달인들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게 된 가방을 완벽하게 재생해내는 가방 수선의 달인, 인체에 알맞게 골프채를 조정해 내는 골프 피팅의 달인, 손에 닿는 즉시 수박이 잘 익었는지를 감별해 내는 수박의 달인, 예측한 곳으로 정확하게 공을 때려 보내는 야구 타격의 달인, 바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솜이불을 만드는 바느질의 달인, 뜰채 하나로 숭어를 잡아내는 숭어잡기의 달인 등등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야흐로 선거의 열풍이 시작됐다. 수많은 출마 예정자들이 자천타천으로 언론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모습들이다. 이들은 과연 지방 행정이나 유·초·중등교육과 교육 행정의 달인 수준에 있다고 믿을 만한 사람들일까?

 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쪽 분야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지식을 갖고 있어서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일까? 우선 각 시도의 교육감 선거 모습을 보면 거의 비슷한 모습들이 전개되고 있다.

 소위 진보 진영은 진보 진영대로, 보수 진영은 보수 진영대로 후보 단일화 논의에 철저하게 함몰돼 있는 양상이다. 한 쪽은 소위 ‘촛불혁명 정신’에 적합한 인물(?)을 직접 선출하기 위해 수만 명의 투표인단을 꾸려 단일 후보를 뽑는다고 한다. 또 다른 쪽은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여러 명이 출마해 낙선했던 2014년 선거가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분열 대신 통합(?)을 결정했다고 한다.

 수많은 선거 결과에서 드러났고, 지난 교육감 선거 때에도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단일화를 못하면 ‘필패’라는 것이 각 진영의 판단인 모양이다. 양측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기는 하지만 정치 집단인 정당들의 공천 과정과 닮아가는 모습을 보며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특정 색깔을 띠는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시민들의 선택권을 처음부터 제한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선거 전부터 교육보다는 소위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에 빠져 엉뚱하게 진행될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선출된 교육감은 일단 그 단체에 많은 빚을 안고 출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소신 있는 교육행정을 펼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부조리와 부정의 온상이 되는 등 모든 피해가 학생과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한쪽으로만 치우쳐진 교육행정은 다른 성향의 교원들이나 시민들과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고, 학교가 좋은 교육을 위한 장소가 아닌 엉뚱한 이념의 장으로 변할 우려가 크다. 이전 선거에서 우리가 충분히 경험한 바 있는 일이다. 정말 좋은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진보·보수 후보 ‘맞대결 구도’가 아닌 좋은 교육감으로서의 품성과 자질이 있는 후보자가 선출되도록 교육 가족들은 물론이고 온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의 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후보자의 과거 교육 경력이나 교육적 소신이 너무 편향돼 있는 것은 아닌지, 후보자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긍정보다 부정적인 면이 크지 않은지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약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유·초·중등교육 전반에 걸쳐 실천 가능한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지, 득표만을 겨냥해 예산 확보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내세우는 거짓 공약은 없는지도 살펴야 할 일이다.

 교육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을 꼼꼼히 돌아보기 바란다. 지금까지 살아 온 과정과 행적이 정말 시민들이 바라는 좋은 교육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혹시나 주변의 부추김 때문은 아닌지, 탐욕이 앞서 허상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고 결정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자신이 왜 교육감이 돼야 하는 지를 자문해 보기 바란다. 즉시 해답을 찾을 수 없다면 자질이 부족하거나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기 바란다. 전임 교육감과 같은 안타까운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고, 진정 우리 교육이 잘 되기를 바라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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