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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인천시 서구 가좌동 LPG충전소 쉼터에서 만난 차문기, 유영철, 임병호, 송지훈 택시기사가 광역.기초단체장에게 바라는 점을 말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높고 커야만 정치가 아니다. 외국의 큰 손들과 악수하고, 헌 집을 허문 자리에 높다란 뉴타운을 세우는 일 따위를 정치 덕목으로 삼은 지 오래다. 정치인지, 사업인지, 영역조차 분간 못하는 정치일수록 득세하는 세태다. 바람처럼 가벼운 낮은 목소리를 바위인 듯 무겁게 받들어야 하는 자가 정치인이거늘, 가뭄에 콩난 듯 하다."

7일 인천시 서구 가좌동 LPG충전소에서 만난 ‘시민의 발’ 베테랑 택시기사들이 전하는 얘기다. 택시 안에서 하루 40∼50명씩 시민 소리를 듣는 ‘여론의 척도’, 그들의 입을 통해 광역·기초단체장의 상을 들어봤다. 택시기사 경력 38년의 유영철(61·남동구) 씨는 "간석 3동 달동네나 만수3동 성당 골목 등지처럼 택시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도시 정비가 안된 곳이 인천에 수두룩하다"며 "정치인들이 평소 원도심을 가봐야 진짜 밑바닥 현실을 느끼는데, 기껏 둘러보는 곳이 송도, 청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수동∼인천대공원 보도블록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매년 헤집고 새로 공사하느냐"며 "일자리 창출이라고 핑계를 대는데, 이번 선거는 이렇게 새는 예산을 막는 자치단체장을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력 31년 차문기(67·연수구) 씨는 "인천을 중앙정치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삼은 일부 정치인 때문에 지역이 망가졌다"며 "인천은 여러 지역 출신들이 모여 살아 애향심 등이 부족하다는 말이 많은데, 흩어진 마음들을 한 군데로 모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300만 인천시민 중 후보별 공약집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지적했다. 인간성과 도덕성을 가늠할 수 있는 후보의 공약집이 유권자가 아닌 일부 몇 몇 사람들에게 돌려져 치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을 담보하지 않는 역대 시장들의 ‘아니면 말고’식 공약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경력 25년의 임병호(59·동구) 씨는 "안상수 시장은 재선을 위해 개인택시 2천400대 증차를 노조와 약속했다"며 "이 때문에 현재 인천 택시업계는 포화상태로 더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처럼 알뜰하게 살림한 게 아니라 송도 땅 팔아서 빚 갚은 게 무슨 자랑거리냐"며 "역대 시장이 부평·서구 쪽 얘기를 듣고 무리하게 주경기장을 지어서 아시안게임 치르느라 빚만 졌다"고 꼬집었다.

경력 10년의 송지훈(58·남동구) 씨는 "시장 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최저생계비도 미치지 못하는 인천 택시기사 임금, 업무과다, 자녀교육 문제 등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적, 현실적 지원을 이끌겠다고 했지만 못했다"며 "하루 15시간 근무에 최저임금 밖에 안 되는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세먼지 정책 등 시민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며 "대중교통 뿐 아니라 시민 건강복지와 관련해 전기자동차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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