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이 막힌 리스차와 대포차 등을 서류상에서는 수출할 수 있도록 다른 차로 둔갑시켜 해외로 밀수출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장물취득 및 자동차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박모(39)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운반책 김모(29)와 수입차 리스 브로커 양모(41)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캄보디아 등 해외로 달아난 배모(37)씨 등 일당 3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리스차나 대포차 등 45대(29억 원 상당)를 폐차 직전의 차량인 것처럼 서류상 바꿔치기해 캄보디아로 밀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대포차 차주를 상대로 시세의 최대 15%까지 대출해 준 뒤 담보로 맡긴 대포차를 차주 몰래 수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밀수출된 차량은 리스차 23대, 압류(대포)차 20대, 도난차 1대 등이 있었으며 신용불량자를 섭외해 수입차를 리스한 뒤 새로 출고된 리스차를 수출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명의를 빌려준 신용불량자에게는 100만∼500만 원 상당을 대가로 줬고, 리스를 연결해 준 브로커 양씨 등에게는 차 시세의 20%를 수수료로 지급했다. 실제로 4천500만 원 상당의 대포차를 담보로 500만 원을 대출해 준 뒤 차를 빼돌리거나, 신용불량자를 내세워 브로커에게 4천만 원을 주고 2억 원 상당의 수입차를 리스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차량은 고물차로 둔갑해 수출길에 올랐다. 박 씨 등은 출고된 지 10년 넘은 폐차 직전 차량을 구입해 수출절차를 거친 뒤 실제 수출할 때는 리스차와 대포차로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빼돌린 고물차들은 폐차업자 이모(47·입건)씨 등에게 대당 30만 원씩 받고 팔아 폐차했다. 박 씨 일당이 수출한 내역을 보면 출고 20년 된 소나타가 2억 원 짜리 벤츠로 둔갑해 캄보디아로 수출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세관에서 수출 품목을 전수조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밀수출된 차량이 더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심언규 기자 sim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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