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가 시끄럽다. 도심 공동화 때문이다. 이곳 경제를 이끌어 온 정부청사의 지방 이전이 가속화하고 있어 서다. 지역 주민들은 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며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청사 이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마저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한다.

 과천시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는 정부를 상대로 반대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본보는 과천 정부청사 이전 상황과 대책 등을 짚어봤다.

▲ 반대 성명 발표 후 삭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 과천시의 반발 원인과 우려

 시는 지난 30여 년 동안 중앙 정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복지정책, 주민 편익사업 및 지역 현안사업 추진 등을 무리 없이 시 재정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2012년부터 정부 과천청사에 입주해 있던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14개 부처 6천여 명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과천시는 행정도시라는 도시 정체성 상실과 도시의 급속한 공동화로 지역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6년 정부에서 지방재정 형평성 제고를 통한 자치단체 간 재정격차 완화와 지역 상생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지방재정제도 개편을 추진해 시는 지난해부터 불교부단체에서 교부단체로 전환됐다. 이 영향으로 행정안전부로부터 받는 특별교부세 230억 원이 삭감돼 시 재정운영에 비상이다. 이미 14개 부처가 떠난 상황에서 700여 명이 근무하는 과기부마저 옮기면 행정도시로서의 기능을 잃게 돼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

# 과천시 성장과 정부청사의 상관관계

정부는 1975년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대응하고 정부 기능의 확대로 부족한 시설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제2청사(현 정부 과천청사) 건립계획을 수립하고 1979∼1993년까지 과천시내 36만9천991㎡의 부지에 연면적 15만8천174㎡ 정부 청사를 건립했다. 1982년 보건사회부, 과학기술처 입주를 시작으로 1994년까지 총 16개 부처 7천여 명의 중앙공무원들이 입주해 정부청사 과천시대를 맞이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정부 제2청사 과천 이전 계획과 서울의 위성도시 건설 필요성에 따라 1978년 과천신도시 조성계획을 확정하고, 1979∼1983년까지 4년 간 3단계로 나눠 12개 단지, 1만3천522가구와 상업시설로 이뤄진 주거기능을 갖춘 배후도시를 만들었다. 이렇듯 정부 과천청사와 행정도시 과천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 행안부 장관을 만나 자족도시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과천시 제공>
정부 과천청사가 본체라면 과천신도시는 본체의 부속시설에 해당하는 배후주거시설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본체인 과천 청사를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부속체에 해당하는 주거시설만 남겨 놓고 떠나 버렸다. 문제는 이러한 주거기능 위주의 배후도시는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로 도시의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됐다. 과천은 도시 전체 면적의 85.4%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도시 발전을 위한 개발사업의 한계와 제약을 많이 받고 있는 상태다. 정부 청사와 국립과천과학관, 서울대공원 등 세금이 면제되는 비과세 공공시설이 시 전체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도 기준 건축물 통계 현황에 따르면 전체 주거용 건축물 중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 40.9%로, 경기도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5년 이상 된 건물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 청사와 주거시설 이외에 이렇다 할 기업이나 산업이 없어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한 재원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과천시와 시민들은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 계획을 지금이라도 중지하고 행정도시로서의 명분을 잃은 주거시설 배후도시로 전락한 과천시가 자족도시로 홀로 서기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 홀로서기 노력과 대책

정부 청사 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천시는 행정도시가 아닌 자족도시로서 홀로 서기를 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에 있다. 문원·갈현동 일원에 추진 중인 주거와 첨단산업기능이 포함된 지식정보타운조성사업, 과천·주암동 일원의 공공지원임대주택사업과 과천복합문화관광단지조성사업, 과천화훼종합유통센터 건립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과 환경사업소 지하화, 아파트 재건축 등 도시재생사업들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다.

▲ 신계용 과천시장이 과기부 이전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시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개발사업들이 정부의 법령과 관련 지침 등에 가로 막혀 있어 시와 시민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해결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의 도움으로 이러한 사업들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시기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021년이면 완공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기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시기는 과천시에서 추진 중인 개발사업들이 마무리되고 세종 청사 신축이 끝나는 2021년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것이 과천시의 주된 요구다.

정부의 계획대로 2019년까지 세종 시내의 민간 건물을 임대해 입주 후 세종청사를 신축해서 2021년에 본 청사에 입주하게 된다면 임대료와 보안시스템 구축비용, 리모델링 비용, 이사 비용 등 수 백억 원이 소요될 것이며, 동일한 시스템을 신축 청사에 다시 이전해 설치해야 하는 등 예산의 중복 투자와 국민 혈세를 낭비하기 때문이다.

신계용 시장은 "시의 존립을 해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비효율적인 청사 이전계획을 중지하고, 세종시와 평택시, 의정부시, 동두천시 특별지원법 제정 등 사례와 같은 과천과 시민들이 요구하는 자족도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지역현안 사업 해결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내 과천지원 TF를 구성하고 운영해 정부와 과천시가 상생할 수 있는 이전 대책 방안을 모색하자"고 정부에 요구했다.

 신 시장은 지난 6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과천 유치 ▶청사 앞 유휴지 개발 ▶보통교부세 지원 약속 이행 ▶과천복합문화광광단지 조성 및 화훼종합유통센터 건립 지원 ▶과천시 요구사항 이행을 위한 국무총리실 주관 TF 구성 및 운영 등을 제안했다.

 김 장관은 "과천 지원대책 TF 구성은 국무조정실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레저세 관련 법령 개정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천=이창현 기자 kgpr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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