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역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이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L교수의 제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9일 가천대 비전타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교수가 오히려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했다"며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회에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이유는 성폭력 범죄자를 처벌하고,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용기 있는 증언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그들의 신상을 캐거나 2차 가해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그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성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추궁하는 질문 대신 가해자의 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폭행·협박을 제외하고 상대의 적극적 합의를 받았는지 여부가 성폭력의 성립 요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성남여성의전화, 성남여성회, 경원사회복지회 부설 성매매 피해 상담소 ‘with us’ 등 13개 여성·시민사회단체 40여 명이 참여했다.

 사건은 지난달 28일 가천대 대나무숲 커뮤니티에 ‘Y학과 L교수, 무용과 출신 전임교수를 고발한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촉발됐다.

 피해 학생은 게시글에서 "교수님이 차에 타라고 한 뒤 저를 데리고 남한산성 중턱쯤 되는 곳으로 올라갔다"며 "길을 걷다 으슥한 산길로 데리고 가더니 저에게 키스를 했다(덮쳤단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폭로했다. 이어 "제 몸을 더듬고 제 손을 교수님 속옷 안으로 집어넣었다"며 "이후에도 교수님이 제게 해선 안 될 짓을 했지만, 그 얘길 하기엔 아직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가정이 있는 당신이 학생에게 저지른 행동 때문에 저는 지난 2년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살았다. 다른 학생들도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안다"며 "배우 꿈을 위해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을 더 이상 더럽히지 말아 달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미투 운동이 일어나자 제가 말할까 봐 두려웠는지 공연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며 "이런 일을 입막음하는 데 제 소중한 꿈을 이용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가천대 측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일 해당 교수를 직위해제하고, 특별감사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피해 학생 조사 등 감사를 진행 중이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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