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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동북아의 한·중·일 3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규모에서 세계의 상위권에 있다. 하지만 세 나라 공히 정치가 지향해야 할 바를 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의 탁월한 지도력을 찾아보기 어렵거니와 도덕적 권위로 존경받는 사랑받는 정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개헌안에 대해 ‘여론이 일치해 지지하고 있다’는 선언을 하지만 과연 민심이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며, 베이징사범대 탕런우 정부관리연구원장의 말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는지 그 대표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정치적 반대 목소리 검열, 주민 상호 간의 감시, 사회통제를 위한 소위 치안유지 비용이 1조2천400억 위안(204조원)으로 국방비 1조500억 위안(177조원)보다 많다. 이런 거액을 시진핑 주석의 권력 집중과 공산당의 권위 강화에 대한 내부 잠재 위협 세력의 통제에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본의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 개막을 전후로 보여준 언행은 가히 압권이다. 그동안 전쟁하는 자위대를 만들겠다며 극우 호전적 모습을 보인 건 차치하고서 그는 우리 문 대통령을 만나 한·미 군사훈련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는 일침을 받았지만 개막 리셉션이나 선수단 입장할 때 한반도기를 든 남북 선수단을 힐끔거리면서 펜스 미 부통령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이런 태도는 얼마 전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골프를 치다가 나뒹굴었을 때 ‘어느 체조선수보다 멋졌다’는 트럼프의 칭찬에 자랑스러워 하더니 자기 입으로 떠들기조차 했다. 그런 아베에게 일본 자민당에 정치가 맞수가 없다니 일본 정치가 드리운 어둠이 가셔지지 않을 것이란 불길한 예감까지 든다.

 우리는 어떤가. 사사건건 반대하는 야당과 촛불 혁명의 진정한 의도를 망각한 여당이 거짓 민주주의에 협력하고 있다.

곧 있을 6·13 지방선거에서 이런 짝짜꿍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일이 여럿 있겠는데 지금 당장 직면한 건 ‘적폐 중의 적폐’랄 수 있는 기초의회 의원 선거구만 살펴봐도 익히 알 수 있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구는 상당수가 2인 제도다.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이들 정당들이 독점적 행태를 시정하지 않고 저마다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구 체제는 지역주의가 팽배할수록 더욱 소수 정파가 대접받는다는 게 연목구어라고 할 형편이다. 3~5인 선거구가 많아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민을 주권자로 치켜세우기는커녕 투표 기계화에 손잡고 있는 형편이다.

지역주의 강세 지역에서는 1, 2등을 독식하고, 다른 곳에서는 하나씩 나눠 갖는다. 이런 현실에 군소정당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무투표 당선이라는 혜택까지 입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거대 정당의 공천이지 유권자가 아니다.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풀뿌리민주주의는 어림없는 일 아닌가.

 중국의 1인 지배체제 강화 개헌, 일본 총리의 한심한 언행, 한국 지방선거의 쌓여가는 적폐가 전부일 수 없다. 이외에도 정치 지도자와 정당의 숱한 폐해가 개선되기보다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대의정부론」에서 ‘유권자의 다수파가 대표를 가장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소수파도 그에 비례해 적으나마 대표를 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권력의 분산과 견제, 권력자의 겸손과 봉사, 다수파가 보여줘야 할 배려와 공생 의식이 점차 희박해지는 동북아 3국의 정치 모습은 미래에 대해 불안과 혼돈을 부추길 뿐 결코 희망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한다. 더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혜로운 자는 소통의 다리를 놓는데 어리석은 자는 불통의 벽을 쌓는다’는 속담이 있다. 네 자로 줄여서 ‘지다어벽’이라던가. 이재명 시장이 재밌는 표현을 했다. "살인자도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되지만 공자님도 공천을 받지 못하면 낙선한다." 이른바 ‘살당공락’이다. 세 나라 모두 답답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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