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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 기흥구 흥덕지구 주민들이 인덕원~수원 복선전철(흥덕역) 사업비 부담 동의안이 심사보류된데 거세게 항의하며 시의회 본회의장 출입구를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흥덕역 설치 반대하는 의원들은 각성하라.’ 용인시 기흥구 흥덕지구 주민들이 뿔났다.

용인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가 1천564억 원에 이르는 ‘인덕원∼수원 복선전철(흥덕역) 사업비 부담 동의안’의 심사를 두 차례나 잇따라 보류하면서 직무를 태만했기 때문이다.

시의회 도시건설위는 지난 12일 열린 제223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해당 동의안의 상정 여부를 놓고 표결한 결과 찬성 2표, 기권 1표, 반대 5표로 심사 보류했다. 앞서 도시건설위는 지난달 열린 제222회 임시회에서도 해당 동의안의 심사를 보류했었다.

이 때문에 흥덕지구 주민 100여 명은 제22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던 13일 오전 9시 30분께부터 용인시의회 본회의장 입구와 복도를 점거한 채 도시건설위의 심사 보류에 거세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흥덕역 사수’, ‘흥덕 주민 기만하는 용인시의회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시의회를 성토했다. 주민대표들은 시의회 김중식 의장, 정찬민 시장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본회의 직권 상정 ▶원포인트 임시회 개최 ▶집행부 단독 흥덕역 설치 강행 등을 요구했으나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원론적인 답변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흥덕역 설치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국토교통부가 당초 지난달 27∼28일 인덕원선 건설사업에 대한 고시를 하려다 동의안의 가부가 시의회에서 판가름 날 때까지 고시를 미뤄 달라는 용인시의 요청을 수용한 데 근거한다. 시 입장에서는 기약이 없는 동의안 처리를 전제로 더 이상 고시를 연기해 달라고 읍소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흥덕역 설치가 ‘없던 일’이 됐다고 예단하긴 힘들다. 의장이 해당 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 의원 전체의 가부를 묻거나 별도의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해당 동의안만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의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직권 상정에 부담을 느끼는 데다가 운영위원회를 열어 일정을 잡아야 하는 원포인트 임시회도 시가 국토부와 약속한 시간이 14일까지여서 물리적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마지막 카드는 집행부가 흥덕지구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시의회의 심사 보류와 무관하게 흥덕역 설치를 강행하는 방안이다. ‘선 행정, 후 승인’의 방식이다. 의회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집행부 관련 부서에서도 흥덕역 설치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최후 수단으로 꺼내들 여지가 남아 있다.

시 관계자는 "우리에게 주어진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의회가 본연의 임무에 태만한 만큼 집행부가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한편, 시의회는 이날 오후 1시 40분께 시위에 참여한 주민들 상당수가 철수하자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다른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5시 30분 현재까지 파행하고 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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