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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경제·사회·문화의 조류가 바뀌면서 농업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 탈 화석·녹색성장, 삶의 질에 대한 가치 추구, 과학 기술의 융·복합 등 시대의 변화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기존의 산업을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 전통적인 동·식물, 미생물 등 생명자원의 가치가 재해석되고 이를 활용한 생명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산업으로서의 흙의 환경적 가치가 크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흙의 날(3월 11일)을 맞이해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토양의 환경적 가치가 양분 공급 179조8천억 원, 자연순환 79조1천억 원, 식량생산 10조5천억 원, 탄소 저장 6조5천억 원, 수자원 함양 4조5천억 원 등 약 281조 원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흙의 날은 ‘친환경 농어업법’에 따라 정부가 2015년 3월에 법정기념일로 추진해 흙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범정부적인 흙 살리기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 2016년 3월 11일부터 매년 기념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에서 제3회 흙의 날 기념식과 더불어 학술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은 ‘흙의 공익적 가치와 국민건강’이란 주제로 열려 생명산업으로서의 진정한 토양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흙의 날이 왜 3월 11일인가? 그것은 바로 3월은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자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사가 시작되기 전, 흙에 대한 소중함을 한 번 더 기억한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지정하게 된 이유도 3은 ‘하늘(天) + 땅(土) + 사람(人)’과 ‘농업·농촌·농업인’, ‘뿌리고, 기르고, 수확한다’는 복합적 의미를, 11은 한자 10(十)과 1(一)을 합한 흙(土)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흙은 재생·부활, 재물과 풍요로움을 의미하며 인류에게 무한한 가치를 제고해 왔으며, 세계식량농업기구(FAO)도 우리가 먹고 있는 식량의 95%가 직·간접적으로 흙과 연관돼 있다고 한다. 또한 흙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고 생태계의 기초이자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공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동·식물 등 생명자원과 이를 관리·활용해 인간에게 유익한 부가가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산업을 생명산업이라고 한다.

 생명산업으로서 흙의 가치와 중요성이 이렇게 큰데도 우리는 생산성만을 높이려고 제초제를 살포하고 화학비료를 듬뿍 뿌려 토양은 이미 산성화된 지 오래다.

 따라서 건강한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인 공감과 흙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홍보 지원 및 정부, 농업인, 비료업계, 기업 등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항상 토양을 밟고 지나갈 때마다 흙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또한 흙을 보호하고 가꾸는 일을 전 국민이 동참하는 생명운동이 되고, 흙을 살리는 일이 바로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일과 농업의 근본을 지키는 일임을 반드시 기억하자. 건강한 흙이 안전하고 우수한 농산물을 길러내듯이 우리가 세 끼 먹는게 다 토양에서 길러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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