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율학교와 자율형 공립고의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확정된 가운데 확대를 주장해 온 진보교육계와 이를 반대하는 보수진영 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부가 밝힌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 개정안은 자율학교 등에서 교장 자격증 유무와 관계없이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현행 ‘신청 학교의 15% 이내’에서 50%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임용 방식 다양화로 승진 중심의 교직문화를 개선하고 구성원이 원하는 유능한 교장을 뽑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으나, 전체 교원의 10%에 불과한 전교조 소속 조합원이 내부공모형 교장 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진보교육감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진보교육감 부임 이후 본격적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추진할 때부터 사전 내정설이 나도는 등 전교조 소속 교사를 승진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승진제도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교사의 교육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자격증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르치는 교수업무와 학교 경영 능력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무자격 교장이 자격 있는 교장보다 학교 경영을 잘할 수 있다는 객관적 지표나 명확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학교장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공모제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큰 제도다. 학교장은 학교 경영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함께 지고 있다. 확고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인적·물적 관리와 회계 관리 능력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인 만큼 합당한 자격증을 소지한 교원을 임용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교육을 놓고 불확실한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실험의 희생자는 교사가 아닌 학생과 학부모들이기 때문이다. 교원의 전문성과 학교 경영의 안정성 측면을 고려해 70년 세월 동안 보완·개선해 온 승진제도다. 검증되지도 않은 공모제 확대로 논란을 벌일 필요는 없다. 교장이 아니어도 교수·학습 전문가로서 교직사회에서 우대받고 그 능력을 인정받는 시스템을 학교 현장에 정착시켜 나가는 정책부터 마련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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