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601010005924.jpg
지난주 소개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에서 양서류 인간과 말 못하는 여주인공은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불완전함을 결점이라 생각하기보다는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했다. 어쩌면 불완전한 모습은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다양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해당 영화는 전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편의 영화가 불완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욱 강해질 수 있고 현명해질 수 있음을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는 역설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간으로 기억되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세상의 운명을 짊어진 리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940년 5월 10일 총리로 임명된 처칠은 취임연설에서 "자신이 바칠 수 있는 것은 피와 눈물과 땀뿐이다"라고 말하며 다가올 전시 상황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전임 총리와는 달리 히틀러와의 굴욕적인 ‘평화협정’ 대신 전면전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의 파상 공세에 영국·프랑스·벨기에의 연합군은 수세에 몰려 있었고 서부전선은 포화에 휩싸였다.

포위망에 갇힌 연합군은 프랑스 북부 해안지역 덩케르크에 꼼짝없이 발이 묶여 있었는데, 당시 영국 지상군의 전부라고 할 만한 30만 명의 병력이 모두 지원된 상황이었기에 처칠은 덩케르크 탈출 작전을 진행하려 한다. 그러나 수십 만의 군인들을 구출할 지원물자가 턱없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의회 일각에서는 ‘평화협정’을 통해 생명을 보다 확실하게 지켜내자는 의견과도 맞서야 했다. 연합국이 줄줄이 항복선언을 하던 당시, 수많은 목숨을 지켜내기 위한 옳은 결정이자 최상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결정하는 그 시작을 다룬 작품이다. 일명 ‘다이나모 작전’으로 불렸던 이 철수 작전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영국군을 기적적으로 구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이나모 작전의 성공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당시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상황에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던 탈출 작전을 결정하고 설득해야 했던 리더의 고독과 고뇌에 집중하고 있다. 66세의 나이에 총리가 된 그는 젊음의 총기가 사라진 자리에 부디 현명함이 남아 있기를 바랐고, 옳은 선택을 향한 끝없는 고민과 갈등으로 자신을 단련시켰다.

영화는 해당 작전의 성공이 한 사람의 영웅적 리더십으로 이뤄진 것만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그 역시 얼마나 불완전한 사람인지를 캐릭터 속에 녹여 보여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칠은 당시 어두운 역사 속에서 빛나는 결단을 보여 준 위대한 지도자임은 부정할 수 없다. 비록 그의 모든 치적이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처칠이 남긴 명언처럼 불완전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가 아닌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