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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지난 주말에는 서울 마포에 있는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를 다녀왔다. 마침, 아트브룻(Artbrut) 기획전시회가 있었는데 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아시아 최초 아르브뤼 전문 미술관인 ‘벗이 미술관’과 벨기에 겐트에 위치한 ‘기슬랭 박물관’이 주최하고 용인정신병원과 주한 벨기에 대사관 등이 후원하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 최대 규모의 아트브룻 전시회이며 5월 8일까지 열린다. 기슬랭박물관의 150여 년간 수집된 유물과 벗이 미술관의 한국 정신의학사를 담은 기록물을 통해 유럽과 한국의 정신의학 역사를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도 기뻤던 것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평생 동안 볼 수 없는 ‘알로이즈 코르바즈와’, ‘매지 길’과 같은 아트브룻의 유명 작가와 ‘헨리 다거’와‘어거스트 왈라’ 등 아웃사이더 아트 작가들의 작품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다.

 아트브룻은 제도권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며 고독함 속에서 탄생한 것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예술의 한 장르로서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에서 전파돼 이제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곳곳에서 장르에 대한 마니아층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이와 함께 아트브룻에서 파생된 아웃사이더 아트는 1920년대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일반대중에게 나름 호응을 받으며 문화 예술계에 점차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체계적으로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기성 예술의 유파나 지향에 관계없이 창작한 작품을 가리킨다.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용어는 1972년 영국 켄트대학교의 로저 카디널이 창시했는데, 프랑스의 화가 장 뒤뷔페가 전통적 문화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단어인 아르 브뤼(art brut)의 번역어로서 만들어졌다. 아르 브뤼는 프랑스어로 살아 있는 미술, 원생미술을 뜻한다.

 특히 정신병원이나 수용소에서의 예술에 초점을 맞춘 뒤뷔페의 용어가 다분히 좁은 의미를 가지는 데에 비해, 아웃사이더 아트는 정식 예술 교육을 받지 않은 나이브 아트 제작자와 같은 경우에도 광의적 의미로 쓰인다. 보통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로 분류되는 이들은 주류 예술계와의 접촉을 거의 가지지 않으며 극단적인 정신상태, 관습적이지 않은 아이디어, 정교한 공상 세계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아웃사이더 아트는 성공적인 아트 마케팅 분야로 성장해왔다. 뉴욕에서는 1992년부터 아웃사이더 아트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정신적 지적장애자, 또는 정신질환자가 그린 회화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수용소 등에서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사람이나 습작으로 독자적인 작품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작품도 여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비장애인과의 경계선 밖에 두면서, 그들에게 ‘아웃사이더’라고 부르는 경우, 차별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아웃사이더 아트를 자의적 해석으로 정신적 지적장애인의 예술이라고 단정을 짓는 것은 좋지 않은 판단이다.

 문제는 아웃사이더 아트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나 국내 유명 화가들의 전시회는 통상적으로 기업과 고객의 ‘소통의 공간’ 차원에서 대기업이 미술계 후원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법과 문화 예술 지원으로 인한 기업의 미학적 경영철학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의 경우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 최대 규모의 아트브룻 전시회임에도 ‘벗이 미술관’에서 ‘정신의학과 아트 브룻의 역사’와 정신의학의 기원을 통해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일반에게 제시하기 위해 제반 경비를 지원했다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는 분명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 후원의 활성화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문화예술 후원을 적극적으로 권장·보호 및 육성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로 돼 있다. 앞으로는 정신의학 계통의 특정 계층을 위한 예술 관련 전시회에 대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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