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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 있어야 행복한 관계가 지속됩니다. 사랑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 하나는 배려하는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달라이 라마는 강연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행복을 바란다. 나는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다음에는 어김없이 "당신도 행복을 바란다. 당신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라고 말하면서 시작한다고 해요. 미국의 어느 학자가 달라이 라마에게서 배움을 얻으려고 어렵사리 티베트로 가서 그를 만났는데, 마침 설법을 시작하는 그의 이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신은 자신만의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아왔는데,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내가 행복하려면 당신도 행복해야 합니다. 아내가 행복해야 남편도 행복해질 수 있고, 부부가 행복해야 자녀들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너’의 행복을 위해 ‘너’를 배려하는 태도야말로 무척 중요할 겁니다.

 배려하는 태도가 무엇인지는 1949년부터 1963년까지 무려 14년간이나 초대 서독 총리를 지낸 아데나워 수상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성공한 정치인으로 추앙받던 그에게 "성공적인 정치를 할 수 있는 비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간단하다. 상대가 너무 영리하면 내가 멍청해선 안 되고, 상대가 멍청하면 내가 너무 영리해선 안 된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말은 ‘너’에게 ‘나’를 맞추는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이겠지요.

 일본 고전연극의 대부인 모리타 간야가 공연할 때 그의 제자가 찾아와 말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신발 끈이 풀렸습니다."

 모리타는 제자의 지적에 감사를 표하고는 무릎을 굽혀 끈을 맸습니다. 잠시 후, 제자가 없는 곳에서 그는 묶었던 끈을 다시 풀었어요. 사실 그는 오랜 여정으로 지친 나그네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끈을 일부러 느슨하게 풀어놓았던 겁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어느 기자가 공연이 끝나고 물었습니다.

 "선생님, 제자가 말했을 때 그런 이유를 왜 말해주지 않았죠? 제자가 알면 오히려 배움이 되었을 텐데요."

 그때 모리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선 다른 사람의 따뜻한 관심과 호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그런 다음에 가르쳐도 충분할 겁니다. 연기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많을 테니까요.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자의 호의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어요."

 참 멋진 스승이란 생각이 듭니다. 모리타의 사례를 적으면서 저를 돌아봅니다. 부끄럽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책에 제과점을 들른 손님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아침 10시에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 빵을 집는데, 아르바이트 학생의 말이 이어진다. ‘오늘은 샐러드 빵을 제일 일찍 만들어서 지금은 맛이 덜해요. 내일 맛있게 준비해 놓을 테니 내일 사시고, 오늘은 다른 걸 사세요’라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샐러드 빵이 수북하다. 고마운 생각이 든다."

 참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내 이익만 생각하면 신선하지 않은 빵을 빨리 팔아치워야 할 텐데, 그 학생은 먹을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배려란 이렇게 우리들 마음속을 고마운 마음으로 채워줍니다.

 미국의 어느 간호대학에서 학생들은 중간고사 시험지를 받아보고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마지막 문제가 ‘우리 학교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아주머니 이름은?’이었거든요. 아무도 쓰지 못했지요. 시험이 끝난 후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훗날 간호사로서 많은 사람을 대하게 될 거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와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니 항상 그들에게 먼저 미소를 보내고 인사를 건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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