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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사려 깊고 헌신적인 시민들로 구성된 소수의 그룹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는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이다. 실제로 이 세상은 그러한 소수에 의해서 바뀌어져 왔다." 남녀 성 역할의 편견을 깬 인류학의 대모인 마거릿 미드가 남긴 말이다. 미투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유력 인사들이 일시에 자신의 길에서 추락하고 있다. ‘사려 깊고 헌신적인’ 사람들의 대열에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있다.

 미투선언으로 인해 힘 있는 위치에 있어 힘 없는 사람들에게 가했던 구태들이 밝혀지고 있다. 폭로되고 있는 사례들은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 배태된 전근대적 가치관의 함몰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성의 남성에 대한 시각이 급변하고 있어 과거에 한 짓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오히려 이런 흐름을 거슬렀다가는 큰일을 치르게 되므로 복지부동하고 있는 남성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대학가는 더 그렇다.

 강의 언어 선택에 자유로울 수 없는 교수들은 고민이 많아지게 됐다. 갑질의 최정점에서 학생 앞에서의 강의 말투가 동일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불쾌하기만 하면 언제든 성희롱으로 연계될 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한 강의는 자연스러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을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 표현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도록 됐다. 힘들더라도 과거로부터 단절만이 우리 사회의 구습을 몰아내는 일이다. 미투운동의 핵심이 이런 운동성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연극과 영화 등의 문화예술분야나 정치계, 종교인들에 의한 성폭력이 여론에 비쳐지긴 했으나 범죄의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으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몇 사람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발생 건수는 2014년 2만5천223건, 2015년 2만7천199건, 2016년 2만9천289건으로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실제 범죄로 파악할 수 없었던 사건들이 미투운동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볼 때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직업의 특수성이나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일어난 성폭력범죄의 근원을 바꾸기 위해서는 성차별적 언행이나 관습, 제도의 깊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번이야말로 새롭게 시작돼야 한다.

 이성을 소유물이나 욕구 분출의 대상물로만 여기는 경우, 성적 농담 등의 남용에 대해 관용적이어서는 안 된다. 왜곡된 성문화, 성의식, 남성중심적인 언어와 유희적인 관점을 명확하게 구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 세계 시민교육이 각급 학교의 교육 주제가 되고 있다. 인류보편적 가치인 세계평화, 인권, 문화다양성 등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인류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인류 공통의 문제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일을 배우는 것이다. 2015년도에 유엔이 제정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인류가 지켜야 할 17가지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선언했고 이는 새로운 국제 교육의제가 되었다.

 세계 시민교육은 모든 이가 제시된 의제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다. 자라나는 새싹들은 물론 청소년이나 어른들에게도 열려진 교육이 돼야 한다. SDG‘s 4번째와 5번째 목표가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적이고 형평성 있는 양질의 교육보장 및 평생교육 기회 증진과 성 평등 달성 및 여성과 여아의 역량 강화로 ‘미투운동’과 연계된다.

 ‘나도 당했다’운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국내에서만 구습을 탈피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의 공통가치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실질적으로 해내야 하는 일이다. 이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함께 해야 한다.

 이제 시작됐으나 더 이상의 이성 혹은 동성간의 인격 파괴가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 계속돼야 하는 운동이다. 사려 깊고 헌신적인 시민들은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정당히 펼치는 시민이고 함께 지속가능 발전을 꿈꾸며 살아가는 시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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