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선거.jpg
▲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 /사진 = 기호일보 DB
경기도내 초등학교들이 새 학기를 맞아 학생자치회를 구성하기 위해 전교·학급 임원선거를 실시하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자녀의 당선을 위해 부모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십만 원짜리 스피치학원에 등록시키거나 과도한 선거유인물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도내 각급 학교들이 개학한 지난 2일부터 이번 주까지 전교를 대표하는 학생자치회장·부회장을 비롯해 학급자치회장·부회장을 뽑는 교내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부터 ‘학급 반장’이라는 명칭이 권위주의적 산물이라는 판단 하에 모든 초등학교의 합의에 따라 더 이상 직책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전교 임원선거에서 자녀를 당선시키기 위해 단기로 스피치학원에서 개인 교습을 받거나 특색 있는 선거자료를 만들기 위해 고액을 쓰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의 한 스피치학원은 학급 회장·부회장에 나가는 학생의 경우 1회 개인 교습을 한 시간 받는 데 10만 원씩 받고 있다. 전교 회장·부회장은 이보다 비싼 15만 원을 받는다. 학원 관계자는 "학생이 연설할 원고를 기본적으로 작성해 오면 이를 함께 수정하고 발성이나 연설 방식 등을 교육해 준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학원은 초등학교 선거준비반에 등록하면 개인 교습 형태로 50분씩 총 3차례에 걸쳐 선거 연설 준비를 도와줬다. 한 번 교육 받는 데 8만 원씩 모두 24만 원을 내야 했다. 이 학원 측은 일대일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단기간이지만 학생의 연설 태도 등이 향상된다고 홍보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에서 투표권을 가진 학생들에게 자신을 홍보하는 피켓이나 유인물 등을 톡톡 튀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 전문 제작업체에 맡기면서 많게는 선거 비용이 수십만 원까지 더해지고 있다. 학부모 김모(45)씨는 "부모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준비해 선거운동을 벌일 수 있게 지원해 주고 싶은 노파심에 가격이 부담되지만 이를 시키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선거운동에서 후보자 학생의 연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자녀를 스피치학원에 보내거나 과도한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각 학교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가 지니는 의미와 절차 등에 대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해 학생들이 올바른 후보를 투표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