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번화가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A(30)씨는 봉사단체를 자처하며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물품을 판매하는 학생들에게 휴대전화 고리와 수면양말을 구매했다. 이들은 교복에 학생증까지 목에 걸고 판매행위에 나서 취객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불우 이웃 돕기에 일조했다는 생각도 잠시. 중고생 정도의 어린 학생들이 늦은 시간 술집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에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쫓아가 봉사단체 소속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지난해 연말 친구들과 서구에서 송년회를 하던 B(42)씨도 봉사단체를 자처하며 수면양말 등을 판매하는 학생들에게 물건을 구입했다.

이처럼 인천지역 번화가에서 늦은 오후 봉사단체를 사칭하며 물건을 파는 학생들의 정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들 중 일부는 봉사단체가 아닌 지자체에 도·소매업으로 등록된 업체인 것으로 파악되는 등 봉사단체가 학생들의 돈벌이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업체에 시급제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되지만 물건을 팔 때마다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다. 학생들이 물품을 팔면 최저임금의 시급은 물론 제품 하나당 30%가량의 추가 수당을 받는다. 학생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인 셈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3~4번, 오후 9~10시께 송도국제도시와 관교동 먹자골목, 부평 로데오거리 등 번화가 상권을 드나들며 취객들을 상대로 판매행위에 나선다.

관교동 먹자골목에서 물품을 판매하던 한 학생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급이 7천530원인데, 10개만 팔아도 시급에 추가로 3만 원을 더 벌 수 있다"고 침을 튀겼다.

현재 인천시에 등록된 봉사단체는 총 686곳이다. 이들 단체에서 학생들이 늦은 오후 주점을 드나들며 취객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가 보고된 경우는 없다.

시나 지자체에 등록된 봉사단체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수익활동이나 모금행위도 지자체나 지역자원봉사센터에 사전계획서가 제출된다. 학생들의 판매행위는 봉사단체를 사칭했거나 판매를 위한 허위 봉사단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학생들이 말하는 봉사단체는 등록된 단체가 아니다"라며 "학생들을 동원해 봉사단체를 사칭하는 행위에 대해 청소년보호법 위반 여부와 법적으로 제재가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kt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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