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한 친구는 머리숱이 없는 선생님에게 ‘대머리’라고 놀렸다가 소위 ‘학생 잡기로 유명한’ 학년주임에게 걸렸다. 이 친구는 토요일 1교시 시작 전부터 교무실로 끌려가 4교시가 끝날 때까지 백 대가 넘도록 뺨을 두들겨 맞았다.

 그는 잘못을 반성하고 울면서 자신을 죽일 듯이 때리는 주임 교사에게 봐달라고 사정했지만 ‘사랑의 매’는 멈추질 않았다.

 교무실에서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동료 교사들은 아무도 말리는 사람 없이 못 본 체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 친구는 현재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회사에서 유능한 팀장급으로 일한다.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를 기억하면 당시 학년주임의 매를 ‘학생 지도’가 아닌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0년 10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했다. 이제는 교실에서 이러한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들은 설 곳을 잃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떠들거나 집중하지 못해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쾅’하고 교탁을 한 대 치는 행위도 ‘간접적 체벌’에 해당돼 금지된다.

 반면 교권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교사에게 욕설을 내뱉은 학생은 특별교육만 받으면 다시 교실로 돌아올 수 있다. 퇴학 처분도 있지만 학부모 항의가 두려운 학교 관리자들은 교사에게 참을 것을 종용한다.

 학부모는 자녀의 대학 수시입학에 성패를 좌우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좋은 내용으로 기록해주지 않은 교사를 괴롭힌 뒤 이를 수정한 사례를 다른 학부모들과 공유하는 식으로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

 교단에서 설 곳을 잃은 교사들은 사랑으로 대해야 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쫓기듯 달아나기 위해 휴직계를 내거나 전근을 신청해 다른 학교로 떠난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교사를 보호할 ‘교권지위법’이 올라가 있지만 투표권을 가진 학부모들의 눈치가 무서워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호구’로 전락한 교사에게 어떤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원하는 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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