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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덕환 에덴복지재단 회장

올해 재계와 노동계의 최고 화두는 최저임금인상제도 시행이다. 이에 따른 정책에서 소외되는 근로자들이 없도록 촘촘한 정책 설계와 보완이 필요하다. 27살 때 사고로 전신마비 1급 중증장애인이 된 나는 현재 파주에 있는 ‘에덴복지재단’을 설립, 발달장애인을 다수 고용해 그들이 훈련을 받으면 반복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최근에 장애인 고용비율이 늘어나고 실질 고용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사실상 의무고용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지적장애, 자폐성장애)은 여전히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령기를 마친 발달장애인은 한 해 8천~9천 명으로 이들이 갈 지역사회 재활시설(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시설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 근로사업장, 직업적응훈련시설)은 전국에 560여 개가 있지만 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보호작업장이 대부분이어서 임금은 월 30여만 원이고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근로작업장은 그 수가 적어 매우 취업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은 없을까?

 지금까지 중증장애인(발달장애인 포함)의 일자리는 소규모 보호작업장이거나 임시직으로 그 취업 영역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안정적이고 장기근속이 가능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일정 규모의 근로사업장을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일정한 규모가 돼야 생산력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생산품이라도 잘 만들어진 것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생산품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을 활용한 공공기관 납품을 할 수 있어야만 안정적으로 중증장애인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중증장애인의 훈련과 고용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들과 함께 어렵게 만들어낸 생산품을 일반 기업들과 무한 경쟁해 판매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는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최저임금 16.4% 인상 정책에 관련예산 3조 원이 편성돼 있지만, 에덴하우스와 형원 같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근로 사업장 설치 기준이 장애인 근로자 30인 이상으로 돼 소상공인 30인 이하 업체에만 적용되는, 예산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의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것은 근로장애인 복지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여타 장애인 고용업체가 장애인 고용 기준을 충족하는 최소 인원만을 고용하며 정부의 혜택을 받아가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울 뿐이다. 더욱이 중증장애인이 생산하는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MAS(다수공급자물품계약제)에 적용돼 조달청에 공급되는데, 앞으로는 연간 단가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여러 일반 기업들과의 재입찰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단가를 10% 낮춰 예외 없이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따라서 장애근로자 고용 유지로 경쟁력인 낮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직업재활시설은 경영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는 직업재활시설의 운영을 어렵게 하고 중증장애인 고용 유지를 어렵게 해 궁국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중증장애인 생산품의 안정적인 판로를 지원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증장애인에게 작은 일자리라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일정한 규모를 갖춰 경쟁력과 생산력을 유지한 일자리를 육성해 생산품 판로를 열어 줘야 한다. 단기 임시직으로는 지속적인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뿐 장애인 일자리 복지 대안이 될 수 없다. 또한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을 통해 공공 구매를 확대하되 실질적인 고용 인원 수를 반영한다면 인지능력과 사회성이 부족한 발달장애인 고용도 확대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앞으로 중증장애인 생산품 공공구매를 더욱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민간 영역에까지 우선 구매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장려한다면 장애인의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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