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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희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경감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매서운 겨울이 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등하굣길 안전근무를 하다 보면 자기 몸집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한편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맞벌이가 아니면 학원 한 곳을 보내기도 힘들고 또 맞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보내야만 하는 일상의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니 아이들은 홀로 방치되거나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게다.

 나는 업무상 잘못된 길로 들어선 아이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겉으로는 가정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사건사고에 연루되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최근 전국을 깜짝 놀라게 했던 여중생의 초등생 유괴 살인사건, 평범한 가정의 중학생들이 단체로 한 학생을 집단구타하고 SNS에 올렸던 사건, 내로라하는 사립학교에서 일어난 집단 왕따 사건 등이 그런 것들이다.

 학원 보내기에 열중했던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아이가 범죄의 늪에 빠져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의 인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역할은 경찰서에 와서 법의 잣대로 아이를 재단하기 전에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이는 부모와 가족뿐이다. 갑작스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와 이야기하기, 서로의 관심사를 묻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나누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 하루도 피곤하고 지친 일상을 보냈겠지만 잠시만 짬을 내 10분이라도 내 아이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어쩌면 내 일생에서 가장 큰 보물(?)이 빛나는 순간을 너무 놓치고만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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