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도의회 임기가 3개월 이상 남았지만, 이미 파장 분위기라는 본보 보도다. 지난 15일 본회의장 모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개회가 지연되고, 출석 체크 후에도 이내 자리를 벗어나는 등 의석 대부분(80%)이 빈자리였다고 한다. 도정 현안에 대한 질의와 입법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매임기 말마다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는 유독 심한 것 같다. 재적 의원 128명 중 30∼35명 정도가 시장·군수 선거에 도전하기 위해 의회를 떠날 것이라고 한다. 의정 공백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선출직 공직자들의 사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 양기대 광명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지사 선거에 뛰어들기 위해 시장직을 내놨다. 단체장이 사퇴하면 선거에서 새 단체장이 선출될 때까지 부단체장이 권한대행을 맡아 행정을 처리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선출직이 아닌 까닭에 소극적인 관리와 현상유지의 행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정책의 결정도 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지금은 광역의회와 도정, 기초의회와 시정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일정 기간 행정 및 의정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기열 도의회 의장이 "임기를 제대로 마치기 위해 3선 의원직을 내려놓고, 이번 지방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출마할 경우 중앙당 눈치나 보면서 선거준비에 급급하게 되고, 결국 현 임기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의장은 "남은 임기를 지방분권화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저 멀리 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도 같은 길을 택했다. 고 의장은 불출마의 변에서 "저를 말리시는 분도 계시고, 더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지만 정치 후배들이 만들어갈 미래도 중요하다"고 했다. 의미가 크다. 만약 이들도 지자체장 선거에 도전을 했다면, 다른 누군가가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보선(補選)의장직을 대신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 입법 활동의 제대로 된 마무리는커녕 도정에 대한 도의회 견제까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혼돈의 시기에 중심을 잡고, 묵묵히 도의회를 지켜가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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