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구간 가칭 흥덕역 설치를 위해 ‘선결처분’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의회가 흥덕역 사업비 부담 동의안을 두 차례 심사 보류하면서 직무를 태만하자 데드라인에 내몰려 고육책으로 뽑아든 무기다. 시는 지난 14일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흥덕역 사업시행 협약서’를 국토교통부에 독자적으로 제출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109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결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사항 중 주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사항으로서 지방의회를 소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지방의회에서 의결이 지체돼 의결되지 아니할 때에는 선결처분(先決處分)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선결처분은 지방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선결처분은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물론 의회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에 과도한 재정을 투입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흥덕역 설치 사업비 1천564억 원을 전액 시비로 부담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동의안을 의결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회의 두 번에 걸친 심사보류 행위를 직무태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지난달 열린 제222회 임시회에서 처음 심사 보류할 때만 해도 명분이 있어 보였다. 국비 확보를 위해 성의를 보이라는 의미로 읽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2일 열린 제223회 임시회 제1차 도시건설위원회 회의에서 또다시 심사보류 결정을 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말문이 막혔다. 알다시피 심사보류는 안건을 서랍 속에 처박아 두고 아예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도 않는 것이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가부를 결정한 뒤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심사보류’라는 장막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렸다. 때문에 흥덕역 설치를 추진하는 집행부 측에 ‘소신’과 ‘뚝심’이라는 명분만 고스란히 넘겨준 꼴이 됐다. 게도 잃고 구럭도 잃은 형국이다. 현재로선 시의회는 사후승인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중요한 건 선결처분이 집행부의 마지막 카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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