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인가? 성매매 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이후 퇴폐 업소들이 시민 생활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등굣길이나 회사원들이 시름을 달래는 선술집이 즐비한 먹자골목까지 일반 업소를 가장한 성매매가 판치고 있다.

본보는 시민 생활 깊숙이 파고든 퇴폐 업소의 문제를 짚고 근절 대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최근 다방을 가장한 성매매 업소가 늘어나고 있다. 20일 인천 부평구 부개동의 한 거리에서 학생들이 다방 옆을 지나가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최근 다방을 가장한 성매매 업소가 늘어나고 있다. 20일 인천 부평구 부개동의 한 거리에서 학생들이 다방 옆을 지나가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지난 19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주택가의 한 상가. 상가 1층에는 공인중개사 사무실과 음식점이, 2층에는 호각 소리와 기합 소리가 들리는 태권도장이 자리잡고 있다.

계단 옆 분홍색 입간판을 통해 이 건물 지하가 다방임을 알 수 있다. 계단을 통해 다방으로 내려가자 차임벨 소리가 울렸다. 계단 천장에는 조그마한 카메라가 달려 있다. 다방 문을 여니 음침한 조명 아래 6개의 칸막이 좌석이 놓여 있고, 오래된 브라운관 TV가 켜 있다. 차를 주문하니 중국동포로 보이는 50대 여성 한 명이 다가와 옆에 앉았다.

저속한 농담을 하던 여성은 이내 성매매를 제안했다. 칸막이에서 하는 유사 성행위는 4만 원, 방 안 매트리스에서 하는 성행위는 6만 원이라고 안내했다.

남구 관교동의 한 거리는 유사 성행위를 하는 다방이 수개에 이른다. 이 지역 반경 500m 내에는 2개소의 어린이공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위치해 있다. 또 서구 심곡동에 위치한 성매매 업소 주변에는 3개소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차(茶)를 팔지만 성(性)도 함께 파는 이곳은 우리가 종전에 알던 추억의 다방이 아니었다.

이처럼 최근 다방 등을 가장한 변질된 성매매 업소들이 시민의 생활권 속으로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주택가에 인접한 일부 노래방에서는 도우미와 손님 간 즉석 성매매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 발효된 지 십수 년. 그동안 전통적인 형태의 윤락가는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법의 맹점을 파고든 퇴폐 업소들이 주택가 등 도심 곳곳으로 숨어들었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다방, 노래방 등 우리와 친숙한 시설이지만 일부 업소는 성매매가 이뤄지거나 중개하는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관계 당국의 단속과 처벌은 계속되고 있으나 지능적인 영업을 통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지 오래다. 지자체에 휴게음식점, 노래연습장 등으로 신고된 업소들은 음성적으로 성매매를 일삼고 있어 그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일선 경찰서 풍속담당 관계자는 "변질 업소 내 성매매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 않는 이상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 업소로 변질된 각종 업소들이 시민사회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제기되는 우려가 크다.

지역 청소년단체 관계자는 "평범한 주택가에 퇴폐·변질 업소가 침투하면 기초생활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며 "주거생활 지대에서 벌어지는 성매매 행위는 매수자들의 죄책감과 경각심마저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성매매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