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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생존의 승리

김진형 동국대 강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3월 23일 금요일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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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가 관객을 매혹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전쟁의 참상을 실감나게 재현하는 스펙터클의 볼거리이고, 다른 하나는 참혹한 역사 속에서 휴머니즘을 강조한 극적인 드라마일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우리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도 위의 두 가치를 훌륭하게 구현해 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덩케르크’는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뚜렷하게 만족시키지 못하는 작품이다. 2차 대전을 다루고 있지만 피비린내 나는 전투뿐 아니라 적군의 모습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날아드는 총알만 있을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다수의 군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개성적인 캐릭터를 구축하지도 않는다.

즉, 영화는 특정 주인공을 내세우지도, 그에게 감정 이입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며 감동을 안겨 주고 있다.

전시 총리로 임명된 영국의 윈스턴 처질은 총리직 수락과 함께 ‘다이나모 작전’을 수행한다. 나치 독일에 밀려 프랑스 북부 해안 덩케르크에 고립된 40만 명의 영국과 프랑스군을 비롯한 연합군을 구출하기 위한 이 작전은 훗날 우리의 흥남 철수와 함께 전쟁 역사상 가장 성공한 철수 작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덩케르크’는 바로 당시의 대규모 철수 작전의 기적을 담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주 소개한 ‘다키스트 아워’에서 보여 준 서사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 명의 영웅적 주인공을 통해 리더의 고독한 고뇌와 결단이 바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룬 작품이 ‘다키스트 아워’였다면, 영화 ‘덩케르크’는 이름 모를 수십만의 군인과 시민들이 보여 준 생존의 기록이다.

영화의 시간은 잔교에서 탈출을 기다리는 군인들의 일주일, 구조를 위해 동원된 민간 선박의 하루 그리고 덩케르크로 향하는 전투기 조종사의 한 시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각자의 시공간은 영화 후반부에서 하나의 시간성을 갖게 된다.

 언뜻 복잡할 수도 있는 구조를 띠고 있지만 이 작품이 보여 주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바로 생존이다. 눈앞에 고향 땅을 두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가고자 하는 생존에 대한 욕망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영웅적 주인공이 보여 주는 극적 드라마 대신 절박한 생존의 기록이 더욱 깊게 새겨져 있다.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행동과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는 군인의 모습은 오히려 유혈이 낭자한 살육전보다 더 생생하게 전쟁의 공포를 경험하게 한다. 영화 ‘덩케르크’는 이기는 것이 승리가 아닌, 살아있는 생존 자체가 곧 승리임을 영화의 시청각적 체험을 통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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