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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쟁위기설’이 공공연하게 제기될 정도로 극도의 긴장과 위기상황을 보였던 한반도의 정세가 지금은 매우 발빠르게 우호적이고 고무적인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4월 말에는 분단사상 처음으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으로 있고, 또 5월 중에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간에 역사적인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역사적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넘어야 할 산(山)이 너무나 많고, 또 높기 때문’에 섣부른 낙관만을 하기는 어렵다.

이 중에서 단연 으뜸가는 것은 바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조치이다. 이곳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란 문자 그대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핵무기를 더 이상 개발하지 않을 것과 이미 개발한 핵무기나 핵시설 등을 완전하게 동결시키거나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인류는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던 20세기를 거쳐 최첨단 과학문명 사회인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다른 어떤 때보다 ‘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갖지 않고 개개인들이 행복을 만끽하는 가운데 태평성대하게 보내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핵(核)을 개발하고, 이를 가지고 인류의 고귀한 생명을 무자비하게 공멸시키려 하는 것은 평화에 대한 정면적 도전행위이자 결코 자행해서는 안 될 반인륜적 범죄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 국가들은 핵을 더 이상 개발하거나 보유하는 것 자체를 범죄시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를 구성하고 ‘핵확산금지조약’을 체결했다. 특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 지구상에서 핵 없는 세계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면서 ‘핵안보정상회의’를 열어 전세계 국가들로부터 매우 큰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우리 인류는 실로 모처럼 만에 핵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나 매일매일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유독 북한만은 이런 전세계적 조류이자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인 ‘핵 없는 세계 건설’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역행하는 핵무기 개발에 진력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엄중한 비판과 함께 제재와 압박을 자초했다.

즉 지난 25년 동안 겉으로는 ‘핵 없는 세계 건설’에 동참한다고 공언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진력하겠다고 약속해 왔으면서도, 내심으로는 2천500만 명의 인민들이 피와 땀을 통해 일궈낸 귀중한 자산을 핵개발에 쏟아 붓는 이중적 행태를 계속해 왔다. 특히 1992년 2월에는 우리와 함께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고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94년 10월에는 미국과 이른바 ‘제네바 합의’를 통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을 동결시킬 것을 약속했으며, 1993년에 탈퇴했던 ‘핵확산금지조약’에도 다시 복귀할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거부했고, 은밀하게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운영해 핵보유국가로서의 물밑작업을 계속했다. 이런 북한의 이중적 행태에 의혹을 품은 미국과 일본, 한국과 러시아 등은 중국의 중재하에 2003년 8월부터 ‘6자회담’의 채널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협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 10·3합의’ 등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대신 매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할 것을 합의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05년에 ‘핵보유선언’을 했는가 하면, 2012년 12월에는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는 가운데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공공연하게 ‘핵무기 보유국가’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북한은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해 관련국들과 어렵게 마련한 합의나 약속들은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핵개발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시대착오적인 반평화적 도발행위를 계속했다.

 이런 전례(前例)가 있기 때문에 이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 심지어 중국조차도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그들이 그토록 절절하게 바라고 희망했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이번에야말로 북한 당국은 더 이상 말이나 구두 약속만을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성실하고도 진정하게 핵동결이나 폐기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실천 이행조치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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