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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여자실업팀 꿈…수원시, 창단까지 넘어야할 과제는?

기로에 선 여자 아이스하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2018년 03월 23일 금요일 제14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단연 ‘남북 단일팀’일 것이다. 잇따른 핵 개발로 동북아 정세에 불안을 초래했던 북한의 전격적인 올림픽 참가 결정으로 구성된 ‘평화의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기초단체인 수원시는 이런 올림픽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국내 첫 여자실업팀 창단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창단 절차상 하자와 막대한 예산 지출을 이유로 수원시의회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본보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 문제를 살펴본다.

▲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스웨덴과의 예선전에 출전해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수원시>
# 실업팀 하나 없는 女 아이스하키

북한과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여독을 풀 새도 없이 다음 달 8일부터 14일까지 이탈리아 아시아고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3부 리그에 출전한다. 목표는 우승이다. 여자 대표팀은 우승을 거머쥐고 2부 리그로 승격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단꿈도 잠시, 대회가 끝난 뒤에는 각자의 실업팀으로 돌아가 훈련에 임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여자 실업팀이 한 팀도 없는 탓에 돌아갈 곳이 없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골리 신소정(28)은 지난달 27일 출연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올림픽 이후가 여자 아이스하키 시작이라는 생각"이라며 "계속 관심을 가져주고 그 관심으로 나중에 실업팀이나 대학팀이 창단되는 길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국내 아이스하키 저변이 열악한 것과 달리 유럽과 북미지역에서는 프로축구나 야구만큼 아이스하키가 인기 상종가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여자 아이스하키는 세계랭킹 1위 미국과 2위 캐나다가 양분하고 있다. 아이스하키 종주국인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리그(CWHL)는 총 7개 팀,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리그(NWHL)는 4개의 실업팀을 운영 중이다.

 반면 국내 아이스하키는 안양 한라, 하이원, 대명 킬러웨일즈 등 남자 3개 팀이 유일한 실업팀이다.

▲ 염태영 수원시장이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여자 선수들은 실업팀은 물론 학교 팀조차 한 팀도 없어 국내 초·중·고 정규과정을 마치고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거나 해외 리그에 진출하지 못하면 아이스하키를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소속 실업팀이 없다 보니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시조새’로 유명한 이규선(34)이 17년간 대표로 뛰면서 편의점과 고깃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16년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2’에서도 이런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모습이 그려졌다.

 대한체육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계종목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공식 등록돼 있는 아이스하키 선수는 3천52명에 달한다. 이 중 여자 선수는 362명(11.9%)을 차지한다.

 문제는 실업팀이 전무한 관계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년별로 초등부 288명, 중등부 45명, 고등부 2명, 대학부는 한 명도 없다.

 김상준 U-18 여자 대표팀 감독은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은 대학 입시에서 체육특기생으로 점수가 인정되지 않는 등 아무 혜택이 없다"며 "초·중·고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국가대표가 되지 않으면 아이스하키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수원시는 지난 1월 23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첫 여자 실업팀 창단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염태영 시장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남북 단일팀은 평창 올림픽의 평화유산"이라며 "시가 이런 역사적 의미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창단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 혈세 부담 늘리는 창단 ‘보이콧’

이러한 수원시의 실업팀 창단 계획은 집행부를 견제하는 수원시의회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첫 관문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야당 의원들은 왜 기초단체에 불과한 수원시가 대한체육회와 광역단체의 업무를 혈세 부담까지 지고 대신 떠안느냐고 지적한다.

▲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우선 국내의 열악한 여자 아이스하키 저변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 남자 실업팀 3개가 운영되고 있지만 리그가 열릴 때 일부 팬을 제외하면 관중석이 텅 비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저조한 관심 탓에 여자 실업팀을 창단해도 적자 운영이 불 보듯 뻔하다고 야당 의원들은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아이스하키가 다른 종목에 비해 구단 운영비가 많이 들어가는 점을 댄다. 모기업 한라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은 선수 32명,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 13명 등 총 45명이 소속돼 있다. 연간 운영비로 45억~5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시는 여자 아이스하키 엔트리 구성 인원인 25명 규모로 선수단을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코칭스태프까지 합치면 27~30명 선을 예상한다. 수원시체육회가 선수단 운영을 지원한다. 한 해 운영비로 10억~15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당은 터무니없는 예산이라고 반박한다. 국내에 실업팀이 한 팀도 없어 경기를 치르려면 인근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 나라와의 리그전에 참가해야 하는데, 해외 경기 시 항공료와 숙박료 등을 감안하면 연간 30억 원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야당 의원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아이스하키를 동계 창단 종목으로 택할 필요가 있는지에 회의감을 보이고 있다.

 민한기 수원시의회 자유한국당 대표는 "시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실업팀을 정리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를 잊고 뻔히 많은 혈세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섣불리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선거 이후에 새롭게 구성되는 의회에서 창단 예산이 반영되지 않도록 끝까지 막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 같은 우려를 씻기 위해 광교신도시에 건설하는 ‘아이스링크 전용경기장’에 투입되는 총 사업비 일부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수원지역 내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체육시설 조성 시 최대한 국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는 생각이다.

 문체부는 이런 수원시의 계획에 신중한 입장이다. 문체부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 여부는 지자체나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대한체육회에 소속돼 있는 다른 협회와의 형평성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문체부가 이를 위한 예산 지원 등의 방법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 의성 마늘소녀와 여자 아이스하키

평창 올림픽은 자국에서 열린 대회인 만큼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이 쏟아져 나왔다. 일명 ‘의성 마늘소녀’라 불리는 컬링 종목에 출전한 여자 대표팀은 연달아 강대국을 무너뜨리면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공교롭게도 출전한 다섯 명의 선수가 모두 ‘김 씨’ 성을 가지면서 ‘팀 킴’이라고도 불렸던 컬링 여자 대표팀은 지역사회의 선견지명으로 적극 투자에 나서 올림픽 성공 신화를 일궈 낸 모범 사례로 꼽힐 만하다.

▲ 염태영 수원시장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경기를 관람하면서 여자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재정자립도가 9.6%에 불과한 의성군은 최근 10여 년간 컬링에 28억여 원을 지원했다.

 먼저 의성군은 2006년 9월 의성읍 중리리 일원에 총면적 1천877㎡ 규모로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인 ‘의성컬링센터’를 건설했다. 이를 위해 당시 경상북도 컬링협회와 의성군이 손을 맞잡고 ‘컬링경기장 건립·운영 협약서’를 체결했다. 경기장 건설에 필요한 부지는 의성군이 무상 제공하고, 경상북도 컬링협회가 이를 위탁받아 관리·운영을 맡았다. 총 사업비는 도비 11억 원, 군비 5억5천만 원, 경북컬링협회 5억9천만 원씩 각각 분담했다.

 의성군은 또 매년 운영비와 경기장 보수비를 비롯해 각종 국내외 대회를 유치했다. 지난해는 10억2천500만 원을 투자했다. 오는 6월까지 60억 원(국비 포함)을 들여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제2의 컬링센터’를 조성한다.

 윤환 수원시 체육진흥과장은 "의성군의 컬링 지원은 여자 아이스하키 부흥을 꾀하는 수원시가 눈여겨볼 만한 성공 사례"라며 "앞으로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실업팀에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한층 더 도약하는 올림픽 무대를 선보일 수 있도록 창단 준비를 잘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신수진 사무처장은 "이제는 의성군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컬링처럼 수원시에서도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과 경기장 건립을 통해 동계올림픽의 새로운 종목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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