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통화 도중 상급자가 남자 친구와의 관계 등 성적인 내용을 물었다." "해외 출장지에서 여직원들이 묵는 호텔 객실을 두드리며 함께 방에서 술을 마시자고 요구했다." "회식 중에 따로 불러내더니 모텔로 데려 가고 노래방에서 몸을 만졌다."

 경기도 공공기관 직원들이 겪은 성폭력 피해 사례다.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확산되면서 경기도에도 미투 운동이 불길을 키우는 모양새다.

 경기도공공기관 노동조합총연맹(경공노총)은 지난 21일 경기도R&D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직원들로부터 접수한 피해사례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 12~15일 온라인을 통해 7개 공공기관의 직원 70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여직원들은 술자리나 회식 장소뿐만 아니라 사무실 등 업무공간에서도 음담패설 등에 시달렸다. 사무실이나 노래방에서의 신체 접촉도 빈번했고, 성적인 표현을 들으며 잠자리를 요구받은 여직원도 있었다.

 경공노총 측은 대부분 경기도청 공무원, 기관 내부 직원 등이 가해자라고 지목됐다. 경기도의원도 있었다. 더욱이 조사에서 드러난 가해자 80여 명이 모두 현업에 있다고 밝혔다.

 경공노총 측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공공기관 노동자에 대한 인권 보호 조례 제정과 함께 개선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할 것을 경기도에 요청했다.

 하지만 경기도 공공기관 직원의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영장 청구, 참고인 조사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공노총 측은 조사의 목적은 반성, 관용을 통한 공공기관 조직 문화 개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압력이 있으면, 추가 대응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번 일로 공공기관 직원들이 용기를 내 자신의 피해 사례를 밝히고,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자리가 형식적인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경기도와 일선 시·군들이 구체적 성폭력 방지 실천 방안을 담은 정책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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