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가의 기본이념과 통치구조를 담는 ‘보편적인 규범’이다. 이번에 발표한 청와대의 개헌안은 이러한 뜻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것 같다. 가뜩이나 6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고, 충분한 의견 수렴이 어려운 내용’을 고집하면 개헌은 통과되기 힘들다. 구체적인 각론도 허술하다.

 예컨대 대통령과 국무총리 간 권력 분산은 ‘미국의 대통령·부통령 선출처럼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임기와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동시에 보장’받지 못하는 한 언제든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두가 공감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인 염원은 무엇일까. 당연히 ‘집중된 권력구조를 분산시켜 독점과 부패의 뿌리를 근절해달라’는 것이리라. 대통령의 권력, 중앙정부의 권력, 검찰의 권력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재편하는 게 이번 개헌의 본질인 것이다.

비록 여야 정치권의 무능과 불성실로 시간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개헌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 절실한 하나를 얻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여야는 청와대의 개헌안을 토대로 다음의 두가지 원칙에 따라 협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첫째, 진영 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빼자. 우리 정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대방에 대해 보복을 하는 후진적인 정치 구조를 띠고 있다.

이처럼 우리끼리만의 적대적인 문화가 치열하고 독특한 상황에서, 개헌이 집권층의 색깔에 맞게 바뀐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헌은 무한 반복될 게 뻔하다. 보수·진보·중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만 바꾸는 게 정답이다.

 둘째, 정체성을 훼손하는 개헌도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가 있었기에 5천 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와 경제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간이 흔들려선 안 된다.

경제민주화나 토지공개념 강화처럼 개별적인 국민의 자유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고 훼손할 소지가 있는 내용은 시간을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경쟁에서 낙오된 계층이 있다면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상호 갈등의 여지가 있는 건 과감히 삭제하고, 공통분모만이라도 합의하는 슬기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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