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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오늘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날이다. 우리 헌법 제 128조는 헌법 개정 제안권을 국회와 대통령에게 주고 있다.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대통령은 대통령의 발의로 헌법 개정을 제안할 수 있다. 두 기관 모두 헌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현행 헌법이 개정된 것은 1987년 10월 29일이다. 개정된 지 어느 새 31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들이 바뀌었고, 개정헌법 아래에서 6명의 대통령이 당선됐고, 그들이 한국사회를 지배했다.

 하지만 6명의 대통령들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권력구조가 잘못돼서일까? 대통령제가 아닌 내각제로 가면 국민들이 편안할까? 야당은 겉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4년 중임 대통령제는 "절대반지를 쌍반지로 끼겠다는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 행사를 자제해 달라는 초헌법적 요구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회에서의 개헌에 대한 합의는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 시기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즉, 권력구조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서로 다르다. 한마디로 야당의 주장은 책임총리제 즉, 국무총리를 국회가 선출하자는 안이다. 사실상 이는 의원내각제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책임총리제는 이원집정부제로 포장한 것으로 의원내각제와 유사하다. 이원집정부제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대통령제는 국정의 최고 원수의 지위를 대통령에게 주는 제도이다.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이면서 동시에 국가원수이다. 물론 대통령제하에서의 일부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가 과연 현행 대통령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수립 후 우리는 대통령제하에서 살아왔다. 일본이나 영국과는 다르다. 산업화도 민주화도 모두 대통령제하에서 이루어 냈다. 그동안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들이 없지 않았으나, 국회의원들의 권한 남용 사례와 비교해보면 견딜 만한 제도이다. 둘째 대통령의 인품보다 국회의원들의 인품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더욱이 여당 대통령에 야당 총리라고 가정해보자! 과연 원활한 국정 운영이 가능할까? 지금의 대통령제하에서 가정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에, 홍준표 대표가 지명하는 국무총리 또는 홍준표 총리 체제를 상상할 수 있다. 다수 국회의원을 차지하고 있는 당에서 총리를 지명하게 되는 결과이다. 과연 합리적일까?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모 일간지와 했던 인터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려면 정치 불신을 타파한 뒤에 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이 동의하지만, 그 권한을 국회의원이 가져간다고 하면 동의하지 않는다." 당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한 인터뷰이다. 민심의 바다는 국회의원들을 불신하고 있다. 불신 받는 국회의원들에게 총리 지명권을 주는 개헌에 국민이 과연 동의를 할까? 아니다.

그리고 국회의원 선출제도가 합리적으로 돼 있는 상태에서의 국회라면 혹시 모르겠다. 하지만 현행 소선거구제도는 양당 제도를 전제로 한 선거구제도이다. 지역적 기반이 확실하거나 이념적 지지층이 많은 정당에 유리한 제도이다. 민의가 왜곡돼 나타난 국회에 총리 지명권을 주는데 대해 국민들이 동의할까?

 현행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1987년 대선 뒤 ‘1노 3김’의 타협으로 탄생한 제도이다. ‘1노 3김’은 대한민국의 고수의 정치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은 절대권력, 죽 공천권을 틀어쥐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당대표들에게는 그와 같은 절대 권력이 없다. 천태만상의 국회의원들이 존재하고 있고, 자당 대표를 존중하지도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자기 이해와 상반되는 선거제도를 개정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연목구어다. 이런 상황의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이 올바르게 나올까? 권력구조 문제에 집착하다가 개헌 시기를 놓치는 일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개헌에 동의한다. 적어도 70%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 진정한 의사가 중요하다. 4년 중임제로의 대통령제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결코 국민투표에서 성공할 수 없다. 야당도 이를 알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하는 개헌안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자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입 자체를 봉쇄하겠다고 언명했다. 본회의장 출입 시 제명시키겠다는 초법적 발상을 내놓았다.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을 당대표가 본회의장 출석을 한다는 이유로 의원들을 제명한다고 하니 가능한 일인가? 설령 자유한국당이 반대해서 현형 대통령제가 유지된다고 치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리할까? 대통령의 공약은 지킨 것이 되고, 야당은 반개헌 세력이 된다. 개헌의 블랙홀은 없어진다. 이럴 경우, 국민들이 야당을 지지할까? 누구에게 유리할까? 국민에게 불리하면, 반개헌 선동이 지방선거와 그 이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국가적 대사로 인식하고 대통령이 발의하는 개헌안에 대해 성찰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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