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는 장비가 약속을 어기고 만취하는 바람에 거점이었던 서주성을 여포에게 빼앗기고 겨우 도망쳐 유비에게 찾아갔을 때였다. 주위에서 거점을 잃었다는 말에 아연실색하는데 유비가 말했다. "얻었다고 어찌 기뻐할 것이며, 잃었다고 어찌 근심할 것이냐?" 유비는 자책하는 장비를 위로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 말을 했다.

 사실 유비의 심정은 탄식을 거듭해도 부족했을 터인데 의연하게 이런 말을 하면서 자신을 달래고 주위에다 리더십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유비는 능력 면에서 부족한 리더였다. 지략도 부족했고, 판단력에 있어서는 라이벌인 조조나 손권에게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글에게는 현려(賢慮)라는 리더십이 있었다. 현려란 복잡한 상황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실천의 지혜를 뜻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덤불을 헤쳐가면서도 길을 잃지 않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겸양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유비의 이 말에 부하들이 의기를 잃지 않고 결속했음은 물론이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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