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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 전문이 공개되자 여야 정당은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며 연일 대립하고 있다. 각 당 대변인의 구두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시대의 가치와 정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개헌안 마련에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의당도 "개헌은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국민 약속으로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의지는 충분히 신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내용은 사회주의, 절차는 국민무시, 의도는 지방선거용"이라고 혹평했고, 바른미래당도 "대통령 개헌안은 지방선거에서 ‘개헌 대 반(反)개헌’ 구도로 끌고 가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분산하는 내용이 빠진 개헌안은 핵심이 없는 개헌안으로 국회 통과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까. 여느 지역처럼 인천시민의 이익을 잣대로 꼼꼼히 따져볼 때다.

# 법률로 ‘수도’ 규정, 수정법 폐지해야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를 전제로 개헌안에 대통령 4년 연임제 등을 규정한 이상 정치권의 공방은 치열할 거다.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 노동권 등도 이슈 선점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분권이나 수도 이전처럼 지역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는 안 들리는가 보다. 지방분권운동을 펼쳐온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지방정부의 입법·재정권이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는 수도 규정을 법률로 위임하면 정권의 부침에 따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비록 개헌안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1조 3항)’고 선언했지만 지방분권형 개헌의 핵심과제인 자치 입법·재정권은 여전히 ‘(중앙)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로 제한해 놨다. 문 대통령이 줄곧 역설했던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수도 조항 신설을 두고 "경제수도나 행정수도 등으로 수도가 복수가 될 수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법률을 만들 의무가 국회에 생기니 국회가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세종시민과 충청도민의 우려가 깊어지는 대목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저는 부산항과 조선소를 보며 자란 부산의 아들"이라며 "해양강국 대한민국, 해양수도 부산의 꿈을 여러분의 열정을 모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뿐이랴.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의 부산 쏠림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지난 대선에선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등을 담은 ‘해양수도 부산’ 공약마저 등장했으니 행정수도에 이어 해양수도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다. 지역 정치력이 강하면 실현가능성도 높다.

결국 정부는 수도 서울을 비롯해 각종 수도부터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인천·경기 등 서울 변두리에 덧씌워진 수도권 규제 문제도 함께 고민할 때다.

# 개헌안 11조에 ‘지역’ 포함, 고무적

한데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모들에게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해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낙후되고 피폐해졌다"며 "수도권 1등 국민, 지방 2등 국민으로 지역과 국민이 분열됐다"고 주장했다.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은 (문 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이자 최고의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해사법원, 항만해양산업 등의 서울, 부산 쏠림현상을 봐왔던 인천시민에겐 설득력이 없다. 홀대받는 3등 국민으로 여겨왔던 게 현실이다. 정말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양립할 수 있는지 정부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안 제11조 1항에는 ‘누구도 성별·종교·장애·연령·인종·지역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기에 ‘지역’으로도 차별하지 말라는 거다.

 그간 정부의 수도권 규제, 투-포트, 지방 공항 활성화 정책 때문에 역차별 받은 인천시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지방분권형 개헌과제다. 이미 세계도시가 도시경쟁체제로 전환된 마당에 정치적 지역패권으로 도시경쟁력을 왜곡시킨다면 더 이상의 미래가 없다는 경고였다. 국가 생존 차원에서 인천시민과 정치권이 다시 한 번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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