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눈에 익은 이 자리 편히 쉴 수 있는 곳/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난 어디서 있었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가왕’ 조용필이 불렀다. 1990년에 나온 그의 열두 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 국내 발라드의 시작을 알린 대표적 곡이다. 감정을 분출하는 방식의 노래가 아닌 절제된 창법으로 애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2011년엔 한 공중파 경연 프로그램에서 ‘라이브의 여왕’ 박정현이 원곡에 자신의 R&B 창법을 더해 다른 느낌으로 재해석해 불렀다. 풍부한 감성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열창해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1953년 한국전쟁 종전 이후 65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전쟁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소설가 ‘한강’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큰 반향을 얻었던 글 제목처럼 전쟁을 언급할 때 우리는 몸서리친다.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알고 난 후부터, 비무장지대의 존재를 통해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라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시작된 우려는 일상에 깊이 패여 완화되지 않는다. 그의 글처럼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할까, 고조되는 말싸움이 실제 전쟁으로 번질까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최근 수년째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급변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고리로 양국 특사단의 방문에 이어 4월에는 남북정상회담, 5월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또 우리 예술단이 10여 년 만에 방북해 평양에서 공연을 연다. 다음 달로 예정된 정상회담의 사전 행사 격이지만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 화해 무드가 더한층 무르익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북이 서로를 짓밟아야만 하는, 민족 전체가 공멸하는 군사적 대결이 끝나는 것,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구축돼 평화가 정착되는 것,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로 민족이 함께 번영하는 것, 오늘 소개한 노래 가사처럼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