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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전 SK네트웍스 중국사장
# 플라톤의 고민

 세계 인문학의 기초를 닦은 선각자는 누가 뭐래도 그리스 아테네 출신의 플라톤(BC 427~ BC 347) 이다. 플라톤은 생애 중 자기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그리스 내 양대 세력인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동족 싸움인 펠로폰네소스(BC 431~BC 404) 전쟁을 목격한다.

그는 그의 명저인 국가론에서 아테네가 채용하고 있는 공화제가 소위 포퓰리즘 영합의 참주(僭主)정치로 전락해 자신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죽인 사실과 직접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아 지금도 민주주의의 효시로 추앙받는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의해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하는 상황을 보면서 이상적 정치체제로 당시 스파르타가 채용한 전제적 정치 시스템에서 이상(理想) 국가의 원형을 발견하고 지도자의 절제와 자율시스템에 의한 철인(哲人)정치를 이상적 구조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 직접 선출방식에 의한 선거로 지금도 민주주의의 모델로 칭송받는 그리스 공화제가 당대 최고의 석학인 플라톤이 거부감을 가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남미의 포퓰리즘 쇠퇴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2003~2010 재위)은 브라질의 경제부흥과 국가 통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국민 영웅으로 부상하고 그의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재선(2011~2016 재위)의 탄탄대로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과 룰라 대통령 자신도 정치자금 위반으로 실형선고를 앞두고 있어 노동운동의 대부이며 성공한 좌파 대통령에서 나날이 정치적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베네주엘라 역시 포퓰리즘 사회주의의 상징인 휴고 차베스(1999~2013 재위) 대통령의 사망 이후 국제 유가 하락과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국가 재정은 급속히 악화돼 최근 들어서는 재정파탄 지경에 이르러 많은 국민들이 하루에 한 끼밖에 식사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다이어트를 경험하면서 정권 붕괴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한때 해방 신학과 종속이론의 발상지로 반미·반제국주의, 폐쇄적 통제경제와 포퓰리즘 복지정책 상징으로 치부되던 남미 대륙은 일찍부터 자유무역으로 경제 방향을 선회한 칠레는 물론이고 콜롬비아도 자유무역으로 방향을 선회해 페론주의 포퓰리즘의 상징인 아르헨티나 정도를 제외하고는 브라질, 베네주엘라 등 사회주의 정권은 퇴조를 경험하고 있다.

# 아시아의 부상과 미국과 중국의 충돌 지역인 한국

현재 세계 최고의 정치학자이며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의 상징인 시카고대 미어쉐이머 교수(1947~ )는 세계 경제질서의 중심은 급격히 동북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반도는 유럽의 폴란드와 더불어 강대국의 이해가 충돌하는 핵심 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대국의 이해 충돌 여하에 따라 국제 분쟁의 소지가 어느 지역보다 크다. 한국의 미래는 한국의 선택뿐만 아니라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정해질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당면해 있다.

 이 같은 지정학적 상황으로 아직도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한반도는 남북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으며 이는 아직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분단 국가로 남아 있다(중국과 대만을 분단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유일한 분단국). 그리스 시대 플라톤의 걱정대로 남미의 많은 국가는 포퓰리즘 형태의 참주정치에서 서서히 제 정신을 차려가고 정치 및 사회의 중심이 정치적 이데올로기 논쟁에서 점차 먹고 사는 생계형 경제 어젠다로 전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다.

 유럽은 지금 급격한 경제적 위상 하락으로 유럽형 복지국가의 상징인 복리후생과 사회보장 축소 등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노조의 대대적 반대투쟁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노조개혁을 추진하는 현상과 북유럽의 일부 국가는 사회보장을 축소하는 기본 소득 시스템을 채용하는 것도 경제 우선주의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독 한국만이 남미와 유럽에서 퇴조하고 있는 복지정책의 강력한 확산과 과거 정치에 대한 소위 적폐청산이 화두가 되고 있고 경제 어젠다는 정책 우선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려 있는 것은 우리가 경험한 많은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제도의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국민 인식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국사회의 정치이슈에 경도된 정치과잉 시대가 언제쯤 우리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화두가 되는 생활형 정치로 바뀌는 시대가 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경제 흐름에서 도태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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