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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택 평택경찰서 수사과장
최근 청와대에서 발표한 개헌안에서 1962년 이후 헌법에 들어왔던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조항’이 삭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거 조선시대나 봉건시대와 같이 원님이나 영주 한 사람이 수사, 기소, 재판을 모두 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 한 사람이 형사사법절차를 독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어 수사권, 기소권, 재판권이 각각 분리되고 상호 견제를 통해 최대한 각 절차에서의 오류를 발견하여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없게끔 하는 방향으로 근대형사사법체계가 완성되어 갔다.

범인을 찾고 증거를 발견하는 절차가 수사이고, 범인이 처벌받아 마땅한지 법률적 판단을 하여 법정으로 보내는 절차가 기소(공소제기)이고, 법정에서 당사자들의 말을 듣고 증거의 신빙성을 판단하여 유죄판결 또는 무죄판결을 하는 절차가 재판인데 대한민국 검사는 수사지휘라는 명목으로 수사에 깊숙이 개입하였고 구속, 체포, 압수영장은 검사를 통하여만 신청할 수 있다는 헌법조문을 근거로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행사하여 왔다.

 예컨대 형사사법재판을 권투시합의 링, 검사가 링 위의 선수, 피고인이 그와 상대하는 선수, 변호인은 피고인을 위한 코치, 판사는 심판, 경찰은 링 아래에서 ‘링에 올려보낼 피고인’을 찾는 스태프에 비유해보자. 억울한 사람이 링 위에 피고인으로 잘못 올라가면 안 되고, 정말 나쁜 사람은 링 위에서 공정한 재판을 통해 합당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 검사, 판사, 경찰은 자기가 맡은 단계에서 최대한 오류가 없게, 또 공정하게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검사가 경찰의 역할에 깊숙이 개입하여 이중조사나 압수물 환부의 번잡성 등 경제적 비용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키고 있으며, 혹여 피고인을 자의적으로 봐줄 필요가 있다면 경찰의 수사에 개입하여 이른바 진빼기 식으로 수사지휘를 하거나 체포영장, 압수영장을 기각하는 식으로 ‘아예 링 위에 올라오지도 않게’ 해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링 아래에서부터 검사와 상대하여 진이 빠진 피고인이 링 위에 올라 다시 검사를 상대한다니 처음부터 공정한 재판이 시작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반면 판사는 ‘공소장일본주의’라고 하여 공소장에 수사기록과 증거를 첨부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최대한 선입견을 배제한 상태에서 피고인과 대면하도록 되어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 죄 지은 사람을 링 위에 올리느냐 마느냐는 재정신청 등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찰만이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검사는 국민이 부여한 기소권이라는 권한을 조직보호나 전관예우를 위해 남용해왔으면서도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았던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삼한 시대에 존재했던, 그곳에 들어가면 아무도 처벌할 수 없었던 ‘소도’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장차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여, 잘못을 했을 시 경찰이든 검찰이든 엄정한 수사로 처벌받게 한다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어 특권과 반칙이 없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아울러 2014~2016년의 통계에 의하면 불기소 의견 송치 인원(연평균 55만여명) 중 경찰이 ‘불기소 의견’ 송치하였으나 검사가 ‘기소’한 경우는 송치인원 중 0.6%(3천349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말은 두 기관의 판단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0.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 이제 수사구조개혁을 국민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바라보자. 이번 헌법개정과 추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국민의 의사대로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경찰과 검찰이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엄정하게 견제케 하여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권력기관의 민주화로 공정한 형사사법절차를 만드는 것은 물론, 이중조사를 최소화하고 경찰의 수사종결권 행사로 무고한 피의자의 지위를 벗어나는 시기를 앞당기는 등 국민편익도 증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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