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 시절 손수 술을 빚어 파는 노파가 있었다. 그는 술의 양을 속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친절이 몸에 배어 있어 호감을 사는 인물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술 빚는 솜씨 또한 으뜸이어서 술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는 술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충만했기에 먼 곳에서도 그의 주막을 쉽사리 알아볼 수 있도록 높은 곳에 ‘초호화 간판’까지 내걸었다.

한데, 주막을 찾는 애주가들의 발길은 뜸하기만 했다. 파리만 날렸다. 담가놓은 술이 독째로 쉬기 일쑤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는 이웃에 사는 현자 ‘양천’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했다.

말 없이 저간의 사정을 듣고만 있던 양천이 그에게 한마디 던졌다. "혹여 주막에서 기르는 개가 사납지는 않은지요?" 그는 물음의 의미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개가 무서운 건 맞소만 개가 사나운 것과 주막에 파리만 날리는 게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씀이오?"

"허허. 주막을 지키는 개가 사납게 짖어대는 통에 손님들이 들어갈 엄두나 내겠소이까. 아비의 심부름으로 술을 사러간 아이들은 또 어떻겠소. 개가 무서워 주막집 근처에 얼씬도 못하니 최고의 술을 빚어놓고도 장사가 안되는 것이지요."

맹구주산(猛狗酒酸).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는 뜻으로, 한비자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별로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공천 신청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며 몸값 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어떤 이는 유권자들의 싸늘한 반응에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진가를 몰라준다며 투덜대는 것으로 응수한다. 또 다른 이는 자신에게만 충성하는 ‘맹구’(猛狗)의 태도를 곧 민심으로 착각해 한껏 들떠 있다.

권력의 주변에는 맹구 같은 간신배가 들끓게 마련이다.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현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어뜯는다. 권력자와 시민 사이의 물리적·정서적 틈새를 교묘하게 차지한 채 소통을 차단한다.

예비후보님들! ‘상품’은 좋은데 ‘장사’가 안 된다면 주변에 있는 ‘맹구’부터 처리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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